태영호 "김정은, 핵·ICBM·공포정치로 神되려 했다"

by원다연 기자
2018.05.14 11:00:00

태영호 전 北공사 증언록 ''3층 서기실의 암호'' 펴내
"北 핵개발 3대 이어온것…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김정은은 핵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공포정치의 방식으로 신과 같은 존재가 되고자 했다”고 밝혔다.

태영호 전 공사는 14일 공개한 그의 증언록 ‘3층 서기실의 암호’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태 전 공사는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신분으로 지난 2016년 8월 가족과 함께 한국에 망명했다.

태 전 공사는 증언록을 통해 “신격화는커녕 지도자로서의 정통성과 명분마저 부족한 김정은이 결국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핵과 ICBM 그리고 공포정치”라며 “이것으로 카리스마를 형성하고 신적인 존재가 되지 않으면 체제는 물론 김정은 자체가 무너진다”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이 3대에 걸쳐 이어온 핵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의) 핵은 체제 보장을 위해 90년대에 갑자기 개발된 것이 아니다. 6·25 와중에 피란민의 핵 공포를 확인하고 이때부터 김일성은 핵개발을 시작했다”며 “50년대에 이미 원자폭탄 개발 핵 연구소를 설립했고, 70년대 중반 이후 조선반도 비핵지대화(핵무기 개발 전략)를 주장하며, 핵 불사용 정책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것은 미국이 북한에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것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북한이 다른 것은 몰라도 핵 문제만큼은 결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더 많은 사람들이 절감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 위원장의 성향에 대해서는 “성격이 대단히 급하고 즉흥적이며 거칠다”고 평가했다. 그는 김 위원장을 이같이 평가한 데 대해 지난 2016년 김일성의 사촌 매부인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이 영국 언론과 인터뷰 직후 김 위원장이 보인 반응을 전했다.

양 부위원장은 당시 영국 APTN 통신과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가 김 위원장을 만날 의사가 있다고 언급한 데 대해 “우리는 대화 자체는 반대하지 않는다. 대화는 전쟁 때도 한다. 대화 못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당시 해당 보도를 접한 김 위원장이 “야, 그 늙은이(양형섭)가 어떻게 내 승인도 없이 트럼프와 대화에 임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가. 나를 대표해서 말할 수 있는 권한을 누가 줬는가. 나는 조선의 지도자이고 트럼프는 대통령도 안 된 후보인데 같은 급이 아니다. 외무성이 그 늙은이한테 그리 말하라고 써줬는가”고 역정을 냈다고 전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 주민을 ‘해방’시킬 수 있는 방안은 통일뿐이라고 강조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은 나라 전체가 오직 김정은 가문만을 위해 존재하는 노예제 국가”라며 “한 주민에게 인간으로서의 고유한 권리를 되찾아주는 것이 통일”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