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 사는 곳 찾아가 마을정비 해드려요”
by김의진 기자
2021.11.22 15:41:10
서울여대, 학생들이 주도하는 도시재생 프로그램 진행
경기 의정부·전북 전주 이어 부산 진구서 세 번째 사업
슬럼가된 마을 청소하고 마을정자·정원꾸며 생기 넣기
| 서울여대 학생들은 지난 9월부터 부산 진구 밭개마을에서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낙후한 마을 환경을 개선하는 ‘도시혁신스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서울여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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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의진 기자] 서울역에서 고속열차(KTX)로 2시간 40분 남짓 달려서 도착한 부산역. 열댓 명은 족히 돼 보이는 서울여대 학생들이 무리를 지어 기차에서 내리고 있다. 서울여대 학생들이 이곳 부산에는 어떤 이유로 모였을까.
지난 17일 이들이 향한 곳은 부산 진구에 있는 밭개마을이다. 마을주민 중 60세 이상 어르신이 472명(29.8%), 독거노인 192명(21.8%),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 290명(18.3%)으로 사회 취약계층이 대부분이다. 주변에서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면서 밀려난 이들이 이곳에 터를 잡았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한참 걸으니 좁은 골목길이 어지럽게 펼쳐져 있다. 경사도 심하고 골목길 곳곳에 이끼가 끼어 있어 대학생들이 걷는데도 미끄러질 것 같아 위험해 보였다. 마을 곳곳엔 버려진 지 꽤 오래 지난 듯 보이는 빈집들도 여럿 보였다. 구석진 곳곳에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고, 담벼락에 금이 갈라진 것도 보였다.
| 밭개마을 곳곳엔 버려진 지 꽤 오래 지난 듯 보이는 빈집들도 여럿 보였다. 구석진 곳에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고, 담벼락에 금이 쩍 갈라진 것도 보였다. (사진=서울여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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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저희들 왔습니다.” “아이고, 우리 강아지들이 또 왔구나.” 부산 진구 전포2동 밭개마을에 사는 박모 할머니(75)가 동네에 다시 찾아온 서울여대 학생들을 반갑게 맞았다. 지난달 2일 이 마을을 처음 방문한 뒤로 한 달여 만에 다시 찾은 발걸음이다.
서울여대 학생들은 지난 9월부터 이곳 밭개마을에서 ‘도시혁신스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낙후된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고, 어르신들이 생활하기에 불편한 노후 주택을 개선하는 사회공헌 프로젝트다. 학생들은 아이디어를 짜내는 일부터 공사에 참여하는 일까지 모두 직접 해결했다.
“마을에서 냄새가 많이 나. 쓰레기 냄새가 너무 심해 머리가 아파. 집에 있어도 냄새 때문에 창문을 열기가 겁나.”
어르신들에게 이 말을 들은 이동은 화학생명환경과학부 학생이 “쓰레기를 치우고 정원을 조성해 꽃향기가 나는 마을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해 공감을 얻었다. 학생들은 다음 달 초까지 아이디어를 다듬어 실제 사업 아이템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그간 악취로 인해 얼굴을 찌푸리게 했던 밭개마을 곳곳의 쓰레기는 치워지고 마을정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여기에 들어갈 공사비 3000만원은 사업 취지에 공감한 포스코건설에서 후원할 예정이다.
이지은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학생은 “평소 활동하고 싶었던 도시재생 분야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사회공헌 활동을 할 수 있게 돼 좋았다”며 “지역 마을과 어르신들의 필요가 무엇인지 직접 듣고 낸 아이디어라는 점에서 꼭 완수해야겠다는 사명감도 생기게 됐다”고 말했다.
안여진 원예생명조경학과 학생도 “사회혁신에 대한 지식을 논문·책으로 배우지 않고 현장에서 부딪혀 보니 얻을 수 있는 게 많아 보람이 컸다”며 “프로젝트 활동을 바탕으로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 사회혁신 비즈니스 모델을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 서울여대 학생들이 어르신들이 거주하는 노후 주택에 대한 보수 공사를 하고 있다. (사진=서울여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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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대 학생들이 ‘도시혁신 프로젝트’로 마을을 변화시키는 사업은 이번 밭개마을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경기도 의정부 신흥마을, 올해 초 전북 전주시 도토리골이 이 프로젝트의 도움을 받아 쾌적한 환경으로 탈바꿈했다. 부산 밭개마을 사업이 세 번째 프로젝트다.
처음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것은 서울여대가 지난 2019년 교내 SI교육센터를 설립하면서부터다. SI(Social Innovation) 교육센터는 사회혁신(Social Innovation)을 서울여대의 특성화 전략으로 삼고 사회적 가치를 교육프로그램으로 구현하기 위해 설립했다. 교수와 학생이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제안하면 센터가 이를 지원하기로 했다. 센터 전담교수였던 윤수진 교양대학 교수(교육학 박사)가 도시재생을 주제로 학생참여형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지금의 ‘도시혁신 프로젝트’로 발전했다.
지난 19일 서울 노원구 서울여대 캠퍼스에서 만난 윤수진 교수는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형태인 참여교육에 대해 평소부터 관심을 갖고 연구했다”며 “시작부터 끝까지 학생들에게 맡기는 것이기에 처음엔 이게 잘 될까 싶었는데, 벌써 세 번째 프로젝트를 학생들과 함께하게 돼 교육자로서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두 번째 프로젝트였던 전북 전주시 도토리골 사업은 지난 4월에 진행했다. 도토리골 역시 전체 121가구 가운데 독거노인 비율이 32.2%(39명),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 18.1%(22명)에 달하고 노후주택·빈집이 늘면서 점차 활기를 잃어가던 마을이었다.
학생들은 논의 끝에 도토리골 어르신들에게 ‘옹기종기 쉼터’를 지어드렸다. 옹기종기 모여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어르신들의 쉼터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진행한 사업이다.
학생들은 한국해비타트 봉사단원, 이 지역 대학인 전북대 학생들과 힘을 합쳐 마을 공터에 정자를 세웠다. 이 프로젝트에서도 학생들은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실제 공사에도 참여했다. 학생들은 정자를 세우고 어르신들의 요청에 따라 선풍기와 LED 전등, 수납함을 설치했다. 도토리골 어르신들은 요즘도 정자에 모여 쉬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학생들에게 보내고 있다.
윤 교수는 “도시재생을 주제로 학생참여형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며 “앞으로도 현장 중심의 프로젝트를 기획, 사회공헌 가치가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