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강경훈 기자
2016.12.21 14:09:47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지난달 발생한 조류독감으로 지금까지 역대 최대 규모인 2000만 마리 넘는 가금류가 살처분됐지만 진성될 기미를 보이지 않음에 따라 정부가 조류독감 예방백신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조류독감이 연례행사처럼 번지는 상황에서 살처분만으로는 조류독감 전파를 막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조류독감을 일으키는 H5N1, H5N8 형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백신 종독주를 구축하고 있으며 올해 처음 보고된 H5N6형의 백신후보주는 현재 개발 중이라고 20일 밝혔다. 21일에는 농림축산검역본부 주최로 동물백신 제조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대책회의를 열기도 했다.
가장 큰 고민은 막대한 예산과 효과이다. 업계에서 추산하는 국내 사육 산란계(알을 낳는 닭) 수가 4천만~1억마리이다. 한 동물백신 제조업체 관계자는 “산란계나 사육 가금류 정도만 백신접종 대상이 될 텐데 이것만으로 조류독감 전파를 막을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사람이 쓰는 독감백신과 마찬가지로 일일이 손으로 주사접종을 해야 하는데 최근 일각에서 얘기하는 ‘하루 최대 4000마리 접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수치”라고 말했다.
지금 바로 백신을 만든다고 해도 빨라야 내년 4월에나 쓸 수 있다. 한 동물백신 제조사 관계자는 “모든 제반 여건이 차질 없이 준비됐다고 가정해도 바이러스를 키우는 절대적인 시간이 6~8주가 필요하다”며 “생산된 백신을 직접 닭에 주입해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하는데 또 한 달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번 조류독감 파동에는 쓸 수 없다는 의미이다. 대신 매년 겨울 조류독감이 번질 것을 예상한다면 이제부터라도 균주 확보나 제조시설 확충 등 만발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백신은 제조시설에 대한 관리감독이 인체용 백신 공장이 더 까다롭다는 차이만 있을 뿐 동물용이건 인체용이건 상관없이 만드는 방법은 큰 차이가 없다. 백신은 기본적으로 독성을 무력화시킨 바이러스를 유정란이나 세포에 주입해 이를 키운 후 여기서 자란 바이러스만 따로 분리해 불활성화시켜 만든다.
국내에서 조류독감 백신을 만드는 회사는 중앙백신연구소, 코미팜(041960), 녹십자수의약품, 고려BNP, 대성미생물(036480) 등 5곳이다. 이들 회사는 가금티푸스, 뉴모바이러스·전염성 코라이자(급성호흡기질환 유발), 뉴캣슬병,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등 5~6가지 백신을 생산하고 있다. 중앙백신연구소 관계자는 “가금류 백신은 종계나 산란계만 접종대상일 뿐 식용용 육계는 백신 접종 대상이 아니다”라며 “닭고기를 날 것으로 먹지 않는 이상 닭의 질병이 사람에게 옮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