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론 고개…사상 최고 코스피, 실적 장세 시험대
by박순엽 기자
2026.05.05 17:05:07
반도체 호황·수출 회복이 이끈 코스피 랠리
한은 금리 인상론에 유동성 장세 부담 부각
성장주·테마주 중심 차익실현 압력 커질 듯
“유동성보다 실적”…종목별 차별화 장세 전망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면서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온 국내 증시가 시험대에 올랐다. 반도체 호황과 수출 회복이 코스피 랠리를 이끌고 있지만,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고 인상론까지 부상할 경우 유동성에 기대 오른 종목을 중심으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338.12포인트(5.12%) 상승한 6936.99에 장을 마쳤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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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지난 3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하를 멈추고 인상하는 것에 관한 고민을 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유 부총재는 당연직 금융통화위원으로, 최근 금통위원이 공개 석상에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증권가에서도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분위기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수출과 설비투자가 1분기 GDP 서프라이즈를 이끌었다”며 “물가 부담이 남아 있는 가운데 아웃풋 갭이 플러스로 전환될 경우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배제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국내 증시가 이미 금리 인하 기대와 반도체 실적 개선을 함께 반영하며 빠르게 올라왔다는 점이다. 통화정책 방향이 ‘인하’에서 ‘인상’ 쪽으로 기울 경우 주식시장에 적용되는 할인율이 높아지고 위험자산 선호도는 약해질 수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전력기기, 로봇, 바이오 등 미래 성장 기대가 강하게 반영된 업종은 차익실현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금리 인상이 증시에 반드시 악재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금리 인상의 배경이 경기 회복과 기업 이익 개선이라면 지수 충격은 제한될 수 있어서다. 기업 이익 증가 속도가 금리 부담을 상쇄할 만큼 강하다면 증시는 유동성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무게중심을 옮기며 상승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 상승은 유동성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지정학적 리스크에 가려졌던 주요 산업의 업황 개선과 실적 상향이 지수에 반영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업종의 이익 모멘텀이 견고한 만큼 금리 부담이 커지더라도 실적 중심의 차별화 흐름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반도체 호황기에도 금리 인상이 곧바로 증시 조정이나 경기 둔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2010~2011년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00%에서 3.25%까지 총 5차례 인상했지만, 국내 경제는 수출 회복을 바탕으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당시 금리 인상은 유동성 측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했지만,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산업의 실적 개선이 이를 상당 부분 상쇄했다는 평가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호황과 물가 부담을 고려하면 금리 인상 우려는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과거 반도체 업황 개선 국면에서도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현재는 민간소비 회복세가 과거만큼 견고하지 않아, 인상이 현실화하더라도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반면 헤드라인 성장률만으로 증시를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신중론도 있다. 1분기 성장률 호조가 반도체와 수출 회복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는 만큼, 경기 회복의 온기가 내수와 중소기업 전반으로 확산됐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까지 오르면 실적 개선에서 소외된 취약 기업의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본 투입이 주도하는 성장 과정에서 소수 대기업에 이익이 집중되는 승자독식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며 “이 같은 양극화 국면에서 금리가 인상될 경우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자금 조달 여건이 약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의 ‘빚투’도 금리 인상 국면의 부담 요인이다. 신용거래융자가 36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금리 상승은 투자자의 이자 부담을 키우고, 주가 조정 시 반대매매 압력을 확대할 수 있다. 특히 개인 매수세가 몰린 단기 급등주나 테마주는 금리 변화에 따른 수급 변동성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결국 금리 인상 논의가 본격화할수록 국내 증시는 지수보다 종목별 체력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이익 모멘텀이 뚜렷한 주도주는 흐름을 이어갈 수 있지만, 실적이 약하거나 차입 부담이 큰 기업은 조정 압력에 취약할 수 있다. 유동성 장세가 실적 장세로 옮겨가면서 증시 내 차별화는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