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심장' 호남서도 투표율 20%대…"민주당, 이래서 되겠나"[르포]
by이수빈 기자
2024.08.05 17:28:11
호남 권리당원 5분의 1만 전당대회 투표 참여
정봉주 "국민의힘은 때려패도 50% 넘는데…"
당대표엔 이재명 선호 뚜렷…최고위원은 분분
[광주·나주=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민주당의 ‘본류’라 할 수 있는 호남에서 지금 투표율이 20%대라고요. 의회에선 ‘의결정족수’라는게 있는데 지금 절반도 참여 안 하는 이런 투표 결과를 수용할 수 있겠어요?”
지난 4일 전남 나주다목적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남 지역 합동연설회에서 만난 60대 남성 김 모씨는 민주당 전당대회가 ‘흥행에 참패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재명 당대표 후보가 80%대의 지지율을 확보하면서 ‘확대명’(확실히 대표는 이재명) 분위기가 굳어졌지만 전당대회 투표율은 20%대에 머물렀다.
| 4일 더불어민주당 광주 지역 합동연설회가 열리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앞에 설치된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 부스 안에 지지자들이 모여 있다.(사진=이수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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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폭염 특보가 발효된 이날 나주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행사장 밖. 숨이 막히는 더위 속에서도 김두관 당대표 후보 캠프 부스를 지키던 당원들은 얼음물을 나눠주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만난 60대 남성 김 모씨는 전당대회 투표율에 대한 걱정을 했다. 그는 투표율이 20%에 그친 이유가 ‘이재명 일극체제’ 때문이라고 했다. 김씨는 “일방의 목소리만 나오니 그게 투표율에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면서 “그런 목소리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씨의 말처럼 2022년 전당대회와 비교했을 때, 이재명 후보와 대립각을 세운 후보는 김두관 후보 뿐이다. 2년 전 2022년 전당대회에서는 박용진 당대표 후보가 나왔다. 최고위원 후보로는 고민정, 고영인, 송갑석, 윤영찬 등 여러 ‘비명(非이재명)계’ 후보들이 출마했다. 그러나 지금 최고위원 후보들은 ‘이재명 대통령’만 외칠 뿐이다.
김씨는 “김두관 후보가 힘든 결정을 했다”고 평가했다. “단 1%의 지지를 받더라도 민주당의 정체성인 민주성과 역동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재명 일극체제’ 분위기는 현장 연설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이 후보는 당대표가 아닌 대선 후보로 나서는 것처럼 “여러분과 함께 대한민국을 책임지고 싶다”고 외쳤고 당원들은 ‘이재명’ 이름을 한참 동안 연호했다.
반면 김두관 후보에 대해서는 싸늘했다. 김 후보가 “제가 당대표가 되면 저는 이재명 후보를 비롯해 많은 차기 대선주자들을 함께 키우겠다”며 김부겸 전 국무총리,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여러 이름을 거론하자 “안돼”라는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만둬라”는 격한 반응까지 있었다.
이날까지 집계된 지역별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 결과 지역별 투표율은 각각 광주 25.29%, 전남 23.17%, 전북 23.29%였다. 누적 투표율은 27.12%다. 아직 ARS 투표가 남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전체 권리당원의 33.3%가 있는 호남에서도 전체 당원의 5분의 1만 투표에 참여한 셈이다. 2022년 민주당 전당대회 투표율은 34.18%, 전남 27.52%, 전북 34.07%였다.
정봉주 최고위원 후보는 “국민의힘은 의자로 때려 패고 언론에서 그렇게 욕을 해도 투표율이 50% 가까이 나오고 있는데, 지금 민주당 투표율은 30%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가 탄핵에 성공하고 집권하기 위해서는 민주당 당원 여러분이 참여해달라”고 독려했다.
| 4일 광주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차 전국당원대회 광주지역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 당대표 후보가 지지자들 응원을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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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명 분위기인 당대표 선거와 달리 최고위원 경선은 치열했다. 다양한 후보가 각축을 벌였다. 나주다목적체육관에서 만난 62세 남성 강 모씨는 ‘김민석’ 이름이 새겨진 모자를 쓰고 있었다. 여의도에 거주하는 강씨는 자신의 지역구 의원이기도 한 김민석 최고위원 후보를 응원하기 위해 광주까지 왔다고 했다. 그는 김 후보에 대해 “차차기 대통령감”이라고 추켜세웠다. 이어 “동네 선거도 쉽지 않았는데 총선 때 상황실장도 맡았다”면서 “자기 일보다 당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60대 초반의 손 모씨는 최고위원으로 김민석, 이언주 후보를 지지한다고 했다. 그가 최우선으로 꼽은 장점은 대여(對與) 투쟁이다. 손씨는 “상대 당을 대적해서 앞장서 싸워야 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을 얼른 끌어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언주 후보를 두고선 “한 바퀴를 돌아 고향에 다시 왔으니 힘을 실어줘서 윤석열 정권과 싸울 수 있도록 밀어줘야 한다”고 했다.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만난 40대 남성 노 모씨는 “강선우 의원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는데 뇌리에 남았다”며 “지금까진 순위가 낮지만 응원하려 한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이 올해부터 전당대회 명칭을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전국당원대회’로 바꾼 것에 대한 영향도 감지할 수 있었다. 전당대회장 전국대의원대회 서명대 앞에선 ‘대의원증’을 단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하고 있었다. 이들 중 한 사람은 “대의원 명패 떼. 우리 이제 아무것도 아닌데”라며 자조 섞인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민주당은 당헌 개정을 통해 당대표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반영 비율을 각각 14%와 56%로 결정했다.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비중을 20대 1 이내로 맞추기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