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상 23년 만의 귀향…평화와 화합 메시지 되길"

by장병호 기자
2018.02.27 14:18:33

작곡가 윤이상 유해 내달 30일 통영에 안장
통영국제음악당 내 바닷가 언덕에 추모지 마련
2018 통영국제음악제 '귀향' 주제로 같은 날 개막

2018 통영국제음악제 기자간담회가 27일 서울 용산구 주한독일문화원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김소현 통영국제음악재단 기획팀장, 플로리안 리임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 가곡 이수자 박민희, 이용민 통영국제음악재단 예술기획본부장(사진=통영국제음악재단).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윤이상 선생의 귀향이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가 되길 바란다.”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의 유해가 23년 만에 고향인 통영에 안장된다. 플로리안 리임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는 27일 서울 용산구 주한독일문화원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윤이상의 유해를 오는 3월 30일 통영국제음악당 내 바닷가 언덕에 안장한다”고 밝혔다.

윤이상의 유해는 독일 베를린시와의 협의를 통해 현지시간으로 지난 23일 독일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에서 개장식을 가졌다. 지난 25일 한국에 도착해 통영추모공원 봉안당에 임시로 안치했다. 개장식에 참석하고 돌아온 리임 대표는 “지난 금요일은 윤이상의 유해가 마지막 안식처가 될 고향으로의 여정을 떠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1917년 통영에서 태어난 윤이상은 타계할 때까지 인생의 절반인 39년을 한국에서, 나머지 절반을 독일을 중심으로 하는 유럽에서 생활했다. 음악가로 세계적인 명망을 얻었음에도 1967년 ‘동백림 사건’에 연루돼 조국과 불편한 관계가 되면서 고향 땅을 밟지 못했다. 1995년 타계해 가토우 공원묘지에 묻혔다.

리임 대표는 “윤이상에게 한국은 단 한 번도 자유로운 나라가 아니었다”며 “그럼에도 조국을 잊지 않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싸웠다”고 평가했다. 이어 “타계 23년이 지난 지금 고국으로 돌아와 통영국제음악당 옆, 고인이 생전에 그토록 바랐던 통영 바다의 파도소리가 들리는 절벽에서 마지막 아름다운 보금자리를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이상의 유해 이장은 2002년부터 꾸준히 이야기가 나왔다. 이용민 통영문화재단 예술기획본부장은 “윤이상 선생이 가토우 공원묘지에 묻힐 때 이장을 안 하겠다는 일종의 각서를 작성해 이장을 하기 위해서는 외교적인 절차가 필요해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010년 딸 윤정 씨와 함께 통영에 정착한 부인 이수자(91) 여사가 고령임을 의식해 묘소 이장에 대한 간절한 뜻을 통영시에 적극적으로 전달했다. 통영시는 이를 인도적, 문화적으로 수용해 외교부를 통한 행정절차를 거쳐 독일 정부 및 베를린시에 그 뜻을 전달했다. 이를 베를린시장이 흔쾌히 동의해 유해 이장이 성사됐다.

추모지는 통영국제음악당 내 동쪽 바닷가 언덕(경남 통영시 큰발개 1길 38)에 100㎡ 이하 규모의 자연장으로 마련된다. 오는 3월 25일까지 추모지 조성을 마무리를 한 뒤 ‘2018 통영국제음악제’가 개막하는 3월 30일 오전 중 유해를 안장할 계획이다.

‘2018 통영국제음악제’는 윤이상의 귀향을 기념해 ‘리터닝 홈’(Returning Home·귀향)이라는 주제로 3월 30일부터 4월 8일까지 통영국제음악당을 비롯한 통영시 일대에서 열린다. 김소현 통영국제음악재단 기획팀장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본질을 찾아가보자는 생각으로 ‘리터닝 홈’을 주제로 결정했다”며 “마침 윤이상 선생의 유해 이장 절차도 잘 이뤄져 날짜를 맞추게 돼 의미가 더욱 크다”고 말했다.

개막공연은 서독일을 대표하는 명문 오케스트라 보훔심포니오케스트라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함께한다. 윤이상이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직시하며 1981년에 발표한 ‘광주여 영원히’를 비롯해 스트라빈스키 ‘불새 모음곡’, 정경화와 협연하는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선보인다.

지휘계의 거장 크리스토프 에셴바흐가 이끄는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 2017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 선우예권을 비롯해 피아니스트 치몬 바르토·윤홍천, 바이올리니스트 미도리·토비아스 펠트만, 첼리스트 양성원, 소프라노 황수미 등도 출연한다. 윤이상의 작품 뿐만 아니라 몬테베르디·볼프강 림 등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명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지난 25일 플로리안 리임(왼쪽) 통영문화재단 대표가 통영시청에서 작곡가 윤이상의 부인 이수자 여사에게 윤이상의 유해를 전달하고 있다(사진=통영국제음악재단).
독일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에 있던 작곡가 윤이상의 묘소(사진=통영국제음악재단).
오는 3월 30일 작곡가 윤이상의 유해가 안장될 통영국제음악당 내 추모지 모습(사진=통영국제음악재단).
작곡가 윤이상(사진=통영국제음악재단).
작곡가 윤이상(사진=통영국제음악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