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직거래포럼]이승헌 한은 팀장 "원-위안화 거래수요 잠재"(상보)

by최정희 기자
2014.08.25 16:12:48

연내 원-위안화 전자중개시스템 개설 완료
실패했던 원-엔화 직거래와는 시장 여건 달라
"원-위안화 시장조성자 가능하면 많이 만들 계획"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연내 개설되는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은 국내에 위안화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을 정도로 원화와 위안화 거래수요가 탄탄해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과거 4개월 만에 문을 닫았던 원-엔화 직거래 시장의 흑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외환당국은 원-위안화 시장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시장조성자를 많이 만들 계획이다.

이승헌 한국은행 국제 외환시장팀장이 25일 서울 중구 명동 전국은행연합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이데일리 주최로 열린 ‘위안화 직거래 시대 금융기관의 대응방안, 기회와 도전’ 국제 컨퍼런스 세션3에서 ‘위완화 직거래시장 추진계획 및 발전방안’이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이승헌 한국은행 외환시장팀장은 25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이데일리 주최 ‘위안화 직거래 시대 대응방안, 기회와 도전’이라는 주제의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해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 추진 현황’에 대해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팀장은 “위안화 국제화 추세에 대응하고, 원화 무역결제 활성화 등을 위해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콩, 영국, 싱가포르 등도 위안화 직거래를 통해 위안화 역외허브를 구축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무역·금융거래 등에서 수출입기업 및 금융기관의 환전수수료 등 거래 비용이 낮아지고, 새로운 영업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무역결제 통화가 다양해짐으로써 달러에 대한 의존도도 낮아질 전망이다.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성공적으로 안착되기 위해선 위안화가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한다. 이 팀장은 “상당 크기의 원-위안 거래수요가 잠재해 있다”며 “대중 무역흑자 기조에 따라 국내에 위안화가 공급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중 무역규모는 2289억달러인데다 628억달러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는 “위안화 투자(RQFII) 및 위안화 청산결제체제(청산은행) 등 위안화 활용도 제고를 위한 거래 및 결제 인프라 구축이 함께 추진되고 있다”며 “기업 및 시장참가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밝혔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원-위안화 직거래와 함께 패키지로 합의된 위안화적격해외기관투자자(RQFII)쿼터, 청산은행(중국 교통은행 서울지점에서 결제대금 처리) 등이 유기적으로 진행될 경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RQFII는 중국 밖에 있는 위안화가 중국 내 채권 및 주식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자격으로 우리나라는 800억위안, 13조450억원 가량의 규모를 중국 내에 투자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았다. 국내로 유입된 위안화가 다시 중국 내로 투자할 수 있게 돼 투자수요로서 위안화의 활용도가 높아질 수 있단 설명이다.

원-위안화 직거래의 성공 가능성은 과거 실패했던 원-엔화 직거래 사례와도 차별된다는 게 이 팀장의 설명이다. 원-엔화 직거래 시장은 1996년 10월 개설됐으나 4개월 만에 폐쇄됐다. 원-엔화 거래 규모가 개설 당시 일평균 4억엔에 불과했다. 문을 닫기 한 달 전엔 1억9000만엔 정도로 내려앉았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엔화가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다. 대중 무역거래 비중은 지난해 1~9월 27.0%인데 비해 1996년 대일 무역거래 비중은 16.9%에 불과했다. 차라리 원화를 달러로 바꾸고 그것을 다시 엔화로 바꾸는 거래가 상대적으로 더 효율적이었을 정도였다.

이 팀장은 “원-엔 직거래 시장이 만들어졌을 때는 한 두 사람이 트레이드하고 노력이 별로 없었지만, 원-위안화 직거래는 정상회담에서 추진하기로 한 것이고 중국은행 등을 비롯해 자발적 욕구가 숨어있는 것이 보인다”며 “정형화된 시장이 만들어 낼 수 있는 파장은 클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달러-엔의 국제거래 비중은 지난해 17%인데 비해 달러-위안화의 비중은 2%에 불과하다. 또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우리나라에 먼저 개설되고 중국엔 향후 시장 개설 여건이 마련된 이후에야 개설되는 한계점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외국환거래규정은 비거주자들의 국내 원화계좌 간 이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원화는 우리나라에서만 거래될 뿐, 해외에서 거래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셈이다. 중국에 시장을 개설하려면 외국환거래규정을 개정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원화 변동성이 커지는 문제가 있어 고민이 더 필요한 부분이다. 그는 “외환당국 입장에선 역외에서 원화가 자유롭게 거래될 때 안전하게 거래될 수 있느냐에 대해선 조심스럽다”며 “중국 상하이에 원-위안화 시장이 개설되면 더 활발해질 수 있지만, 아직은 약한 부분이고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연내 원-위안화 중개거래 시스템을 개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서울외국환중개 등을 통해 달러-원이 거래되는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또 지난 달 초 개설된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 TF’에서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시장조성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시중은행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란 게 그의 설명. 시장조성자는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의 정착을 위해 일정량의 위안화 매수 또는 매도하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 팀장은 “시장조성자를 가능하면 많이 만들 생각”이라며 “처음 거래가 시작될 때 머뭇거릴 수 있는데 스프레드(금리 차)를 얼마나 줄여줄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 팀장은 “중국 경제성장률에 대한 고민과 자본시장 개방 여부 등이 원-위안화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며 “중국이 자본시장을 개방하면 오히려 (중국)안에서 밖으로 나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우리나라로 몰려 올 경우 충격이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