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가 등기이사인 대기업, 주가·배당수익률 ‘훨훨’

by김도년 기자
2016.07.12 15:51:53

2015년 주가 누적초과수익률 32%…미등기 기업군보다 7%p 높아
"지배주주의 책임 경영 효과…경영권 승계 위한 자금 마련 배경도 작용"

자료 : 대신경제연구소.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재벌 총수가 등기이사로 등록된 기업의 주가나 배당수익률이 미등기임원으로 있는 기업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재벌 총수의 이사 등기 여부가 책임 경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라는 설명이다.

12일 대신경제연구소 지배구조연구실에 따르면 40대 대기업그룹 소속 기업 1392개사 중 지배주주가 등기이사로 등록한 상장사 52개와 미등기임원으로 있는 상장사 79개의 2010년부터 2015년까지의 주가 누적초과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지배주주가 이사로 등기한 기업군은 2010년 10.7%, 2011년 10.4%, 2012년 9.1%, 2013년 14.8%, 2014년 26.5%, 2015년 32.3%로 나타났다. 미등기 기업군은 2010년 5.2%, 2011년 5.0%, 2012년 6.3%, 2013년 11.1%, 2014년 17.1%, 2015년 25.4%로 등기 기업군보다 낮았다. 주가 누적초과수익률은 매일 형성되는 코스피, 코스닥 지수 수익률을 초과한 기업의 주가 수익률을 더한 값이다.

기업별로 보면 지배주주 이사 등기 기업군 중 CJ(001040)와 아모레G(002790), 롯데케미칼(011170) 등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현금배당성향도 등기 기업군이 더 높게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등기 기업군의 평균 현금배당성향은 41.4%로 미등기 기업군의 26.1%를 크게 웃돌았다. 과거 5년 동안의 현금배당성향도 등기 기업군은 32.7%, 미등기 기업군은 28.6%였다. 특히 등기 기업군 중 코오롱(002020)과 GS(078930), 한라(014790)그룹이 상대적으로 높은 배당성향을 보였다.



지배주주가 등기이사로 있는 기업의 주가수익률이나 배당성향이 미등기임원으로 있는 기업보다 높은 이유는 지배주주가 등기 이사일 경우 좀 더 책임 있게 경영을 해야 하는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또 경영권 승계 과정에 있는 재벌 총수 직계가 안정적인 지분 확보를 위해 현금배당으로 자금을 마련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상장 여력이 있는 대기업 계열사의 기업공개(IPO)와 지배주주의 이사 등기가 필요하지만 턱없이 저조하다는 게 대신경제연구소의 설명이다. 우리나라 40대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사 중 기업공개를 한 회사는 15.9%(2015년 4월 기준)에 불과하고 이사등기한 기업 비율도 7.5%에 그쳤다.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배주주의 이사 등기를 통한 책임 경영이 배당성향과 주가 수익률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과거 기업가치를 훼손한 이력이 없는 지배주주의 적극적인 이사 등기로 주주가치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