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원 '웃돈' 유혹.. '분양권 전매' 다운계약 성행
by정수영 기자
2014.06.18 19:02:12
위례·판교신도시 아파트 수천만원 프리미엄 형성
다운계약 적발 땐 세 추징..과도한 중개료도 불법 행위
| △주택 전매 제한 완화로 분양권 거래시장에 ‘큰 장’이 섰지만 지역·단지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돈 될만한’ 곳에는 웃돈이 꽤 붙어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썰렁하기만 하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대단지 아파트 인근에 있는 한 부동산 중개업소 창문에 매물 시세표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사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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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지난해 위례신도시에서 분양됐던 아파트에 청약했으나 순위에서 밀려 내집마련의 꿈을 포기해야 했던 A씨. 그는 최근 이 아파트의 분양권 거래 가능 시기가 다가오자 입주 전에 사놓을 생각으로 시세를 알아봤다. 전용면적 84㎡는 이미 웃돈(프리미엄)이 7000만원 정도 붙어 있었고, 사려는 수요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부동산중개업소에서는 A씨에게 두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다운계약서’(실거래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신고하는 계약서) 작성과 중개수수료로 200만원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중개수수료는 다운계약서 작성에 따른 위험 수당이라는 게 업소 설명이다.
분양권 전매시대가 활짝 열렸지만 시장에는 불법 거래가 판을 치고 있다. 인기지역 물량은 다운계약서와 이중등기(복등기) 등의 불법이 횡행하고, 높은 중개수수료를 요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주의가 요망된다. 비인기지역은 저렴한 가격에 분양권을 살 수 있지만 자칫 입주 후 집값이 더 떨어지는 등의 손해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적정한 가격에 정당한 거래로 산다면 내집마련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서울·수도권 민간 택지 내 주택 전매 제한이 지난 11일부터 1년에서 6개월로 완화됐다. 이미 국토교통부가 2월 업무보고 당시 전매제한 완화를 예고한터라 거래시장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위례·판교신도시 등과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경우 매수세가 따라붙고 있지만 기타 지역에서는 매입 문의조차 없다.
대표적인 인기 단지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공급된 ‘래미안 대치청실’ 아파트다. 지난해 11월 계약이 이뤄져 당초 오는 11월 이후에나 분양권 전매가 가능했지만, 이번 규제 완화로 당장 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 이 아파트 전용 84㎡의 경우 웃돈이 1억원에서 1억5000만원까지 붙은 상태다. 인근 D공인 관계자는 “사겠다는 수요는 많은데 팔겠다는 사람이 적어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전했다.
반대로 매입 문의조차 거의 없는 단지도 적지 않다. 대우건설이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에서 선보인 ‘마포 한강2차 푸르지오’와 포스코건설이 안양시에서 분양한 ‘평촌 더샵 센트럴시티’ 등의 경우 전매 제한 완화로 분양권 거래가 허용됐지만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아 시장이 썰렁하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마포 한강2차 푸르지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분양권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는 않지만 입주 시점이 되면 프리미엄도 꽤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분양권 전매 제한을 완화한 것은 거래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조치다. 사실상 일부 투자 수요를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기가 높은 지역 중심으로 불법 행위가 잇따르고 있다. 전매가 가능한 곳은 다운계약서가, 아직 전매 허용 전인 곳은 복등기가 성행하고 있다.
분양권은 등기를 끝낸 일반아파트와 달리 양도세 중과제도를 적용받는다. 청약 당첨 후 1년 안에 팔면 양도 차익의 50%, 2년 안에 팔면 40%를 양도세로 내야 한다. 다운계약서가 성행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다운계약 사실이 적발될 경우 매도자는 누락된 차익의 양도세를 추징당할 뿐 아니라 신고·납부 불성실 가산세 등을 내야 한다. 실거래가 신고 위반으로 해당 지자체에 고발 조치되기도 한다. 매수인의 경우 1가구 1주택으로 2년 이상 보유 후 집을 팔더라도 양도세 비과세 적용을 받을 수 없다. 부동산 중개업소는 6개월 이상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다.
분양권 전매 때 중개수수료를 과도하게 요구하는 것도 불법 행위다. 분양권의 경우 계약금과 중도금, 추가되는 웃돈까지의 합을 계산해 중개수수료를 부과하게 돼 있다. 하지만 지역별로 중개업소들이 담합해 일정 수수료를 정하는 경우가 많다. A씨의 경우 매입하려한 아파트 총 분양가가 4억6000만원이었다. A씨가 이 중 잔금 2억원을 제외한 3억3000만원(웃돈 7000만원 포함)에 분양권을 산다면 요율 0.4%를 적용받아 수수료는 132만원(부가세 별도)이 된다. 수수료 200만원을 제시한 중개업소의 요구를 수용했을 경우 약 65만원을 손해보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분양권도 실수요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무리한 투자는 금물이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분양권 전매 시기는 두 번 정도다. 1차 전매 시기는 계약 직후 가격이 형성될 시기로, 이때 거래가 활발한 것이 일반적이다. 2차 전매 시기는 입주를 앞둔 시점이다.
다만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 등이 거품을 일으키는지 여부, 향후 시장에 영향을 끼칠 요소가 있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투자자 입장에서도 불법 행위보다는 양도세 부담이 줄어드는 입주 임박 시점에 분양권 거래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