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출제 오류 논란, 집단소송으로 번지나

by박보희 기자
2013.11.27 17:29:03

평가원장 해명 이후 수험생 위임장 접수 늘어
변호사 측 "28일 정답 확정 취소 행정소송 제기 예정"
수능 출제위원 자질 논란도 일어

[이데일리 박보희 기자]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과목의 출제 오류 논란이 결국 집단소송으로 번질 조짐이다.

수험생을 대리해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임윤태 변호사 측은 27일 수험생들에게서 위임장을 받아 28일 정답 확정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번 세계지리 과목 8번 문항의 오류를 지적하고 함께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박대훈 전 EBS 사회탐구 강사는 “성태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의 해명 이후 오히려 학생들의 위임장 접수가 늘고 있다”며 “현재 30여명이 위임장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장 수시 결과 발표와 정시 모집이 있어 개별적으로 소송을 진행하려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성 평가원장은 지난 26일 “(세계지리 8번에) 문제가 생겨 유감”이라면서도 “1등급 학생들은 거의 맞췄다. 고교과정에 충실한 학생이라면 푸는데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해명해 논란이 일었다. 세계지리 과목의 1등급 커트라인은 50점 만점에 48점으로, 3점이 배점된 8번 문항을 틀렸다면 1등급이 될 수 없다.



문제는 행정소송을 할 경우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수시모집 결과 발표와 정시모집 원서접수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입시가 다 끝나고 나서야 소송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 지역 한 부장판사는 “신속히 처리한다면 6개월 안에 1심을 끝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만약 법원이 수험생의 손을 들어준다고 해도 금전적으로 손해 배상은 가능하겠지만 불합격을 합격으로 돌리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수능 출제위원과 검토위원들의 자질 논란도 일고 있다. 수십명의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이 문제를 출제하면서 데이터 확인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논란이 일고 있는 이번 세계지리 과목의 경우 관련 학계의 추천을 받은 대학 교수와 고등학교 담당과목 교사 등 12명의 출제위원이 참여해 문제를 만들었다. 이후 검토위원들이 다시 출제 문제를 확인 검토했다. 이 과정에서 연도별로 통계 수치가 달라졌다는 것을 누구도 알아채지 못해 이 같은 오류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교육업계 관계자는 “교과서에 실린 2009년과 시험지에 실린 2012년의 통계 수치가 바뀌었는데도 출제위원들이 몰랐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평가원은 출제 오류를 인정하고 조속히 사태를 수습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