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규 한투운용 대표 "ETF는 애플처럼…패시브 혁신 박차"

by이은정 기자
2022.02.22 15:00:33

2월 취임 기자간담회서 '전통→혁신' 체질변화 강조
ETF·TDF·OCIO 성장 방점…5개년 계획 달성 목표
"하반기 ETF브랜드 리뉴얼…개인 맞춰 리테일 확장"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전통에서 혁신으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체질을 변화시키겠습니다. 액티브 주식형·채권형 펀드 강점을 유지하면서, 상장지수펀드(ETF)·타깃데이트펀드(TDF)·외부위탁운용사업자(OCIO)에서 큰 폭의 성장을 이룰 것입니다. 5개년 목표치에 맞춰 운용업계 유의미한 위상 변화를 이뤄갈 목표입니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가 22일 취임 기념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한국투자신탁운용)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신임 대표이사는 22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달 초 공식 취임한 배 대표는 2002년 국내에 처음으로 ETF를 도입하며 ‘ETF 아버지’로도 불린다. 과거 액티브 위주 운용 시장에서 패시브를 제시해 변화를 주도했던 경험을 살려, 성장 여력이 높은 ETF와 연금시장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펀드는 펀드매니저가 종목을 골라 투자하는 액티브 펀드와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로 크게 나뉜다. ETF는 대표적인 패시브 상품이다. 배 대표는 액티브에서 패시브로 운용 트렌드가 넘어간 점을 짚었다. 미공개정보 이용이 금지되고 인터넷 발달 등으로 정보의 비대칭성이 줄면서 액티브 운용에서 초과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패시브는 다양한 지수와 트렌드를 시시각각 반영한 테마형 상품을 통해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운용사의 핵심 역량도 이에 발맞춰 ‘운용’에서 ‘상품개발과 마케팅’으로 바뀌고 있다는 평이다. 액티브는 ‘삼성전자’에, 패시브를 ‘애플’에 빗대기도 했다. 배 대표는 “제조에서 많은 가치를 창출하는 삼성전자보다 제조는 아웃소싱, 상품개발·마케팅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애플이 시장에서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것과도 같다”고 전했다.

ETF 투자 수요가 확대되는 요인으로는 △패시브에 더해 액티브도 수용 가능한 점 △일반 펀드 대비 두드러지는 매매 즉시성 △실시간 포트폴리오 공개 △자산배분 효율성 등을 꼽았다. 연금시장이 커지면서 ETF, TDF와 같은 자산배분형 상품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봤다.

한투운용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285조원, 개인연금 시장규모는 160조원으로 총 445조원에 달한다. 이 중 연금펀드의 규모가 퇴직연금 34조원, 개인연금 22조원으로 총 56조원으로 전체의 12.6% 수준이다.



배 대표는 “앞으로 자산운용시장의 가장 큰 수요는 연금시장에 있다고 본다”며 “연금시장에서는 TDF와 같은 자산배분형 상품의 수요가 지속 증가할 것이고 기금형 퇴직연금제도가 시행되면 OCIO의 중요성도 다시 부각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기관투자자 중심이었던 ETF 시장에서도 개인의 영향력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TF는 운용역량보다 ‘선점’이 중요한 만큼 생태계 구축과 신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하반기에는 ‘KINDEX’로 통합했던 ETF 브랜드를 리뉴얼할 계획이다. 그는 “시대적 요청이자 메가 트렌드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에너지·데이터·신산업 관련 테마형·연금형 상품들로 시장 수요에 대응할 것”이라며 “타깃 고객도 기관에서 리테일로 확장 전환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체투자부문 분리를 통한 별도 법인 설립에 대해서는 “전통운용 강자인 한투운용이 대체투자부문을 분리시켜 대체운용 역량을 집중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체운용사 분리는 확정됐고, 인가 승인에 따라 가능한 한 빨리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 대표는 “시장 규모와 5년 후 국내 운용사들 중 위상을 고려해 사업부문에 따라 예상 운용자산(AUM) 등 5개년 계획을 세웠다”며 “단순히 가장 큰 운용사가 아닌 ‘Great Company(위대한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961년생인 배 대표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1989년 한국종합금융에서 금융업계 경력을 시작했다. SK증권을 거쳐 2000년부터 삼성자산운용(당시 삼성생명투신운용)에 몸담았다. 삼성운용에서 인덱스운용본부장, Passive본부장, Passive총괄, CIO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