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도우미 성폭행' 김준기 前 회장, 1심서 집유…6개월 여 만 석방(종합)

by남궁민관 기자
2020.04.17 15:27:40

가사도우미·비서 수차례 성추행에 간음까지
치료 이유로 美 체류, 인터폴 수배자 오르기도
法 "죄질 나쁘나 피해자들로부터 용서 받아"
징역 2년 6월에 집유 4년 선고…석방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하고 비서를 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준기(75) 전 DB그룹(옛 동부그룹) 회장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이준민 판사는 17일 피감독자간음·강제추행·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회장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과 각 5년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도 함께 명령했다.

징역형의 집행유예 선고에 따라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 26일 구속된지 6개월여 만에 석방됐다.

김준기 전 DB그룹(옛 동부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이 판사는 “피해자들의 진술에서 모순되는 부분을 발견하기 어려워 신빙성이 높고 피해사실을 폭로하게 된 경위가 자연스럽다”며 “피해자들이 김 전 회장을 무고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지어내 진술했다거나 무고할 동기가 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전 회장은 사회적으로 모범적인 행동을 보여야 할 그룹 총수의 지위에 있음에도 책무를 망각한 채 가사도우미와 비서를 여러 차례 추행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꾸짖었다.



이어 “피해자들은 모두 김 전 회장의 지시에 순종해야 하는 관계로, 김 전 회장은 이런 사정을 악용해 범행을 저질러 피해자들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현저히 침해했다”며 “김 전 회장은 미국에 장기간 체류하면서 수사기관의 수사에 응하지 않았고 뒤늦게 귀국해 체포되는 등 범행 후 정황이 좋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김 전 회장은 피해자들로부터 모두 용서를 받았다”며 “대부분의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고, 75세의 나이를 갖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 전 회장은 2016년 2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자신의 별장에서 일한 가사도우미를 8차례 강제추행하고 한차례 간음했다. 또 2017년 2∼7월에는 비서를 29차례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김 전 회장은 질병치료를 이유로 2017년 7월 미국으로 출국해 체류하다가 경찰이 여권을 무효화하고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인터폴) 적색 수배자 명단에 올리자 지난해 10월 귀국했다. 김 전 회장은 공항에서 곧바로 경찰에 체포됐다.

검찰은 “범행 내용과 죄질, 범행 인정 및 반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김 전 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