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유승민···무소속 출마 결단하나
by강신우 기자
2016.03.22 15:36:03
“與, 공천을 주지도 쫓아내지도 않았다는 명분”
유승민, 23일 결국 당에 떼밀려 탈당할 듯
유승민계·비박 무소속 연대 가시화하나
|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당사 공관위 회의실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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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신우·유태환·원다연 기자] 결국 탈당 데드라인까지 왔다. 유승민(3선·대구 동을) 의원은 23일까지 탈당하지 않으면 4·13 총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정당의 당원인 자는 무소속 후보자로 등록할 수 없고 후보자 등록 기간(24~25일)에는 당적을 이탈하거나 변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소속 출마를 위해서는 23일 자정까지는 탈당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동안 새누리당과 공천관리위원회(이한구 위원장)가 유 의원의 거취 결정을 미뤘던 것은 역풍(逆風)을 피하기 위한 정치적 판단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이른바 ‘유승민 폭탄 돌리기’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때문이다. 지난 21일 비박근혜계 공관위 부위원장인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은 21일 “(유 의원 자진사퇴에) 공관위에서 많은 공감대를 갖고 있다”고 했다.
공관위원인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은 2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 의원의 지역구는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전체적으로 논의해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오늘 심야 최고위원회에서 발표하는 게 아니냐’고 하자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한 공관위원은 “유승민 얘기만 들어도 지겹다”고도 했다.
가상준 단국대 정치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결정을 안 했다는 것은 결국 시간을 끌면서 ‘당에서는 공천을 주지도, 쫓아내지도 않았다. 결국 유승민이 나갔다’는 명분 쌓기를 한 것”이라며 “결국 유 의원이 스스로 나가지 않겠느냐”고 했다.
상황이 이렇자 유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결단할지 주목된다. 유승민계인 김상훈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 출연해 “(유 의원이) 출마를 포기할 분은 아닌 것 같고 무소속 출마를 결행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출마를 포기할 것 같았으면 진작에 포기했을 텐데 지금은 그럴 것 같지 않다”며 “23일이 분수령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서구에서 진박(진실한 박근혜) 후보인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꺾고 본선에 올랐다. 유 의원은 최근 김 의원에게 전화해 “축하한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유 의원도 여러 가지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 것 같아서 ‘축하한다’는 짧은 통화만 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말대로 유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면 이를 고려 중인 류성걸(초선·대구 동갑)·김희국(초선·대구 중남)·권은희(초선·대구 북갑)·조해진(재선·경남 밀양·의령·창녕·함안)·이종훈(초선·경기 성남분당갑) 의원과 함께 연대할 가능성도 크다.
더욱이 23일이 탈당 마지막 날인 점을 감안하면 이미 탈당한 조·권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유승민계 의원들이 공동 탈당선언을 하지 않겠느냐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주호영(3선·대구 수성을) 의원은 지난 21일 MBC라디오에서 “23일 오전까지 자신의 공천 배제를 취소하지 않으면 오후에 탈당 선언을 결행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유 의원은 여전히 별다른 움직임 없이 고향인 대구에서 칩거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의원 측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당의 발표를 계속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자연스레 유승민계 등 비박 무소속 연대설이 나온다. 18대 총선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4월 총선에서 이른바 ‘친박근혜계 공천학살’ 논란이 일었고 여기에 친박계 인사들은 대거 탈당했다. 이후 김무성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박 무소속 연대’가 형성됐고 12명의 당선자를 배출한 과거가 있다.
다만 이번 비박 무소속 연대는 18대 때와는 결이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번 공천 탈락자는 개인적인 역량이 있는 분이 많다. 그런 분들이 비박연대를 만들어서 죽기 살기로 선거를 치르기보다는 조용한 행보를 할 것”이라며 “오히려 자기들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