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 치달은 하남 동서울변전소 옥내화..'전자파 논란' 진실은

by황영민 기자
2024.07.31 15:53:16

기피시설인 옥외 철구형 변전소 옥내화 민원이 사업 발단
직류 500kV 송전량 증설 계획 나오며 전자파 논란 불거져
주민 집단 민원에 이어 하남시의회까지 행정사무조사 돌입
직류송전 전자파 발생 근거 없지만 오해는 풀리지 않아

[하남=이데일리 황영민 기자]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추진하는 경기 하남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사업에 대한 반대 여론이 정쟁으로 번졌다. 기존 옥외 철구형 변전소를 건물로 가리면서 직류 송전량을 늘릴 계획인데, 전자파 유해성이 없다는 한전 측 설명에도 정치권까지 개입해 갈등의 불씨는 더욱 커져가고 있다.

하남 감일동 동서울변전소 현재 모습과 옥내화 후 조감도.(사진=한국전력공사)
31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한전은 6996억원을 들여 하남시 감일동 산2번지 일대 연면적 6만 4570㎡ 규모 변전소를 2026년까지 옥내화하고, HVDC(초고압직류송전) 변환설비를 증설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정부의 제8차 전력 수급 기본계획 수립 시점에 동서울변전소 일대 신도시 사업이 진행되면서 기피시설인 변전소를 옥내화해달란 민원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장기간 지속됐던 민원은 제8회 전국도시지방선거가 치러진 2022년 12월께 2만여 명에 달하는 주민들의 변전소 옥내화 민원이 하남시에 접수되기도 했다.

이후 올 1월 사업 추진을 위한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이 변경되고 사업이 본격화되자 민원의 양상은 달라졌다. 한전이 하남을 비롯한 수도권 전력수요 증가에 따라 기존 동서울변전소 전력용량 345kV에 동해안발전소에서 직류 500kV를 추가하기 위한 증설작업을 진행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에 감일지구 일대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해가며 집단적인 반대운동에 들어섰다. 고압선 증설로 인한 전자파 발생이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해서다. 계속 커져가는 주민 반대 여론에 정치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남시의회는 지난 26일 제332회 제2차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증설 사업 관련 행정사무조사 요구의 건’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하남시의회 특위는 90일간 활동하게 된다.



문제는 동서울변전소 옥내화와 함께 진행되는 직류 500kV 증설이 전자파 발생을 더한다는 우려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극’과 ‘-극’이 초당 60번 주기로 변화하고 흐르며 전자파가 발생하는 교류 송전 방식과 달리 직류 송전은 일반 배터리처럼 ‘+극’과 ‘-극’이 고정돼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기 때문에 전자파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한전 측 설명이다.

한전은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변전소 인근 지역 주민자치회와 통장단, 입주자대표회의, 유관단체 등을 대상으로 8차례에 걸쳐 사업설명회를 진행했지만 반대 여론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이현재 하남시장과 한전 간 유착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하남시는 강경 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여기에 하남시의회의 행정사무조사까지 진행되며,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증설사업은 점차 진흙탕 싸움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직류 송전 증설로 인한 전자파 증가라는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현재 감일지구 내 19개 단지를 대상으로 동서울변전소와 유사한 전력설비에 대한 전자파 측정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며 “한전은 송변전 설비 신증설 사업을 시행하며 ‘특별지원사업’이라는 지역 상생 절차를 운영 중이고, 주민 의견을 수렴해 편익시설도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HVDC 변환설비 설치가 완료되면 동해안에서 수도권에 이르는 송전망이 크게 개선되어 동해안 지역의 대규모 발전력을 수도권에 안정적으로 운송함으로써 하남시를 포함한 수도권 전력공급에 숨통이 트인다”며 “국가 전반의 전력공급 신뢰도 제고와 전기요금 인상요인 최소화로 국민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