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전환’ 시동 건 日자동차, 불모지서 신모델 속속 공개

by이다원 기자
2023.10.25 14:47:37

전동화 비중 5% 불과…차세대 모델 공개
혼다, 대표 스포츠카 프렐류드 전동화
토요타, 스포츠 세단·SUV 콘셉트카 선봬
렉서스 ‘전동화가 우리의 미래’ 명시하기도

[도쿄(일본)=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전기차 불모지’로 불리는 일본 완성차 시장에도 전기차 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했다.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일제히 ‘안방’에서 신규 전기차 콘셉트카를 대거 선보이면서다.

미베 토시히로 혼다 최고경영자(CEO)가 25일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재팬 모빌리티쇼 2023에서 스페셜티 스포츠 전동화 모델 ‘프렐류드’(PRELUDE) 콘셉트카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25일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재팬 모빌리티쇼 2023에서는 일본 완성차 업체의 신규 전기차 모델이 대거 공개돼 전 세계 취재진의 눈길을 끌었다.

일본 자동차 시장은 전체 완성차 판매량 중 전기차 비중이 단 5%에 불과한 전기차 불모지다. 이에 따라 일본 대표 완성차 기업도 전동화 전환보다는 하이브리드 차량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사업을 벌여 왔다.

하지만 4년 만에 돌아온 재팬 모빌리티쇼 2023(옛 도쿄 모터쇼)에서는 변화의 기류가 감지됐다.

미베 토시히로 혼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스페셜티 스포츠 전동화 모델 ‘프렐류드’(PRELUDE)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프렐류드 전동화 모델은 쿠페형 하이브리드로 첫 출시될 전망이다.

그는 “프렐류드 전동화 모델은 ‘운전의 즐거움’이라는 혼다의 스포츠 정신을 전동화라는 미래로 계승하는 전주곡이 될 것”이라며 “짜릿한 경험과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특별한 설렘을 선사할 스페셜티 스포츠 모델”이라고 말했다.

프렐류드는 지난 1978년부터 혼다가 생산한 전륜구동 스포츠카로 2001년 단종됐다. 총 판매량의 80%가 수출 물량일 정도로 글로벌 인기를 끌었던 차다.

‘꿈의 힘’(The Power of Dreams)을 브랜드 슬로건으로 삼은 혼다는 전동화를 통해 이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오는 2030년까지 총 30대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상업용 미니 전기차부터 세단·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플래그십 모델까지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하겠다고 밝히면서다.

프렐류드 전기차는 혼다의 대표 전기 스포츠카 모델이 될 전망이다. 미베 CEO는 “부지런히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니 많은 기대를 부탁드린다”며 아직 출시 일정을 구체화하지는 않은 상태다. 하지만 업계는 2028년께 프렐류드 전기차가 출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5일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재팬 모빌리티쇼 2023에 전시된 혼다 전기 경상용차. (사진=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혼다는 또한 재활용 소재로 만든 ‘서스테이나-C’ 콘셉트카와 대표 경상용차인 ‘N-VAN’(엔밴)을 기반으로 한 MEV-VAN 콘셉트카를 통해 전기차 라인업을 확장했다.



혼다 북미향 전기차 ‘프롤로그’ 프로토타입. (사진=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북미향 전기 세단 ‘프롤로그’ 프로토타입 역시 일본 최초로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프롤로그 전기차는 혼다와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합작해 만든 첫 전기차로 내년 출시 예정이다. GM의 전기차 플랫폼 ‘얼티엄’을 채용했으며 85킬로와트시(kWh) 용량 배터리를 장착했다.

25일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재팬 모빌리티쇼 2023에 전시된 혼다-소니 합작 개발 전기차 아필라(AFEELA). (사진=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혼다는 부스 바로 옆에 소니와 공동 개발 중인 미래형 전기차 ‘아필라’(AFEELA) 전시장을 마련해 미래 모빌리티 전략도 구체화했다. 올해 초 미국 CES 2023에서 첫 선을 보인 아필라는 아직 구체적 제원 및 사양을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카메라·레이더·라이다 등 자율주행 중심 솔루션을 대거 장착했다.

25일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재팬 모빌리티쇼 2023에서 토요타가 공개한 전기 스포츠 세단 FT-Se. (사진=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토요타 역시 이날 다양한 순수전기차량을 선보이며 본격적인 전동화 시장 확대를 예고했다. 사토 코지 토요타 회장은 “우리가 전기차를 만드는 이유는 친환경적일뿐만 아니라 전기 에너지로만 가능한 즐거운 운전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라며 “자동차의 기본 원칙에 따라 주행 거리 등 기본적 성능을 갖추는 동시에 전기차만이 실현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토요타는 이날 전기 SUV ‘FT-3e’와 전기 세단 ‘FT-Se’ 콘셉트카를 나란히 공개했다. 양산 시점이 구체화되지는 않았으나 전기 스포츠카를 2026년 내놓기로 한 만큼 FT-Se는 2026년께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재팬 모빌리티쇼 2023에서 토요타가 공개한 전기 SUV FT-3e 콘셉트카. (사진=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또한 토요타는 소형 전기차 ‘카요이바코’와 전기 픽업트럭 ‘IMV 0’ 콘셉트카도 각각 공개했다. 카요이바코의 경우 차량을 사용자 필요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다목적차량(PBV)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사이먼 험프리스 렉서스 브랜드 총괄(가운데)이 25일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재팬 모빌리티쇼 2023에서 렉서스 차세대 전기 콘셉트카 ‘LF-ZC’를 공개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토요타의 럭셔리 브랜드 렉서스도 오는 2026년 출시할 차세대 전기차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미디어 간담회에서 사이먼 험프리스 렉서스 브랜드 총괄은 “렉서스의 미래는 전동화”라며 전동화 전략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렉서스는 차세대 전기 콘셉트카 ‘LF-ZC’와 플래그십 전기 콘셉트카 ‘LF-ZL’을 각각 공개했다. 특히 세계 최초로 공개된 LF-ZC는 테슬라 ‘기가캐스팅’ 방식을 도입한 첫 번째 전기차다.

렉서스는 LF-ZC에 차세대 각형 고성능 배터리를 탑재해 기존 전기차보다 주행거리를 두 배가량 늘리고 콤팩트한 파워트레인을 적용해 공기역학 성능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 제원은 전장 4750㎜, 전폭 1880㎜, 전고 1390㎜ 등으로 기존 렉서스 세단보다 소폭 크다.

플래그십 전기 콘셉트카인 ‘LF-ZL’도 등장했다. 전장 5300㎜, 전고 1700㎜, 전폭 2020㎜ 제원으로 ‘럭셔리 전기차’를 표방하는 차다.

험프리스 총괄은 “모든 면에서 타협 없이 가장 효율적인 공학을 이룰 것”이라며 “전기차 시대는 이제 막 시작됐고 차세대 아키텍처는 매우 유연하므로 모든 모빌리티 솔루션을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연결하는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