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양적긴축도 최고 속도…연준 이사, 시장 패닉에 "기쁘다"

by방성훈 기자
2022.08.30 16:23:06

연준, 9월부터 QT규모 2배 확대…‘돈줄 조이기’ 가속화
가파른 긴축에 시장 패닉…카시카리 "증시하락 기뻤다"
"이제야 연준 진지함 이해…6~8월 증시상승은 오해서 비롯"
월가, 9월 최소 75bp 인상 전망…“금리보다 QT 확대 주목"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방성훈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독해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매파(통화 긴축 선호) 발언에 따른 ‘잭슨홀 쇼크’가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연준 고위인사들의 ‘더 독한’ 발언이 이어졌다. 연준은 또 9월부터는 연준의 양적긴축(QT·Quantitative Tightening) 규모도 2배로 확대할 방침이다. 월가에서는 연준이 다음달 최소한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QT 충격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사진=AFP)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연준은 다음 달부터 매달 국채 600억달러와 주택저당증권(MBS) 350억달러 등 총 950억달러(약 128조 1300억원)의 보유 자산을 만기가 도래하면 상환하고 재투자하지 않는 방식으로 줄일 방침이다.

연준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기준금리를 제로금리(0.00~0.25%)로 낮추고, 국채 및 MBS 매입을 통해 보유자산을 약 9조달러(약 1경 2000조원)까지 늘려 시중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완화(QE·Quantitative Easing)를 단행했다.

이후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예상을 웃돌며 가파르게 치솟자 올해 3월 25bp(1bp=0.01%포인트)를 시작으로 5월 50bp, 6월과 7월 각 75bp 기준금리를 인상, 현재 2.25%~2.50%까지 끌어올렸다. 이와 동시에 6월부터 매달 국채 300억달러, MBS 175억달러 등 총 475억달러(약 64조 6500억원) 규모의 QT를 시작했고, 9월부터는 그 규모를 2배로 늘리겠다고 예고했다.

이번 QT는 역대 최고 속도다. 2017~2019년 대차대조표 축소 당시 최대 500억달러 상한과 비교하면 2배 가량 빠르다. 이와 관련,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계획된 속도대로 양적긴축을 한다면 향후 1년간 금리를 25bp 인상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 바 있다.

파월 의장의 잭슨홀 매파 발언에 이어 QT 확대까지, 급속도로 진행되는 유동성 회수 전망에 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연설 당일인 지난 26일 3.37% 급락했고, 이날 또 0.67% 내렸다. 가상자산 시가총액 1위인 비트코인 가격은 장중 2만달러가 무너지면서, 위험 회피가 심화하고 있음을 방증했다.



하지만 연준에선 ‘뜻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닐 카시카리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의 잭슨홀 발언이 (시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보면서 기뻤다(I was actually happy to see)”며 “증시의 급격한 손실은 투자자들이 연준이 인플레이션 문제에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6~8월 중순 증시가 약 17% 상승한 것은 연준의 의도와 시장 해석 간의 괴리를 보여준 것”이라며 “사람들은 이제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기 위한 우리의 진지함을 이해한다. 그동안 시장은 오해하고 있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카시카리 총재는 당초 대표적인 비둘기 인사로 꼽혔으나, 근래 들어 초강경 매파로 변신해 주목받고 있다.

카시카리 총재는 또 “1970년대 연준이 저지른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는 물가가 하락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라며 “당시 경제가 약화하면서 연준은 (긴축을 완화 쪽으로 되돌리는 식으로) 물러섰고, 인플레이션은 다시 치솟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그런 실수를 반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시장이 기대했던 1970년대식 ‘스톱 앤드 고’(stop and go·물가 폭등을 억제하고자 금리를 인상했다가 다시 성장세를 뒷받침하고자 긴축을 완화하는 정책)를 배제하겠다는 의미다.

닐 카시카리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오른쪽). (사진=AFP 제공)


상황이 이렇자 월가에선 연준이 다음달 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최소 75bp 올릴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현재 시장은 75bp 인상 가능성을 72.0%로 보고 있다. 파월 의장이 연설했던 26일 당일보다 11%포인트 뛰었다. 50bp 빅스텝 확률은 20%대에 불과하다. 일각에선 100bp 인상 전망까지 나온다.

기준금리 인상보다 QT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경고 목소리도 있다. 미 컨설팅 업체 스리-쿠마르 글로벌 스트래티지스의 코말 스리-쿠마르 대표는 잭슨홀 미팅에 앞서 지난 15일 CNBC 인터뷰에서 “연준이 9월에 금리를 50bp 또는 75bp 인상할 것인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연준이 금리인상과 양적긴축 모두 단행할 것이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채권 구루’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고문은 CNBC에 “(연준을 비롯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더 공격적인 매파 기조를 띠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