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전문가 "유행 속도 많이 감소, 30만까진 안 갈 것"

by박경훈 기자
2022.07.28 13:11:05

28일, 코로나19 전문가 초청 설명회
정재훈 "국가 책임, 일률적 거리두기 강요하는 것만 아냐"
김남중 "거리두기 영향 젊은층, 이득보다 손해 훨씬 커"
백경란 "치료제 처방 어려움 없도록 준비 진행"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내달 정점 30만명 예측에 대해 “이번 주 유행의 증가 속도가 많이 감소했다. 기존 예측처럼 평균 30만명까지 도달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정부가 주창하는 ‘과학 방역’ 뜻에 대해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인 김남중 서울대 교수는 “현재 방역의 목표는 중환자와 사망자 수 최소화로, 변이 특성과 백신, 치료제 등을 모두 고려해 정책 결정을 하는 것이 과학적 방역이다”고 답했다.

질병관리청은 이날 감염내과 전문의인 백경란 청장 주재로 이날 김남중 교수와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를 초청해 국민 질의에 답하는 설명회를 개최했다.

28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중앙방역대책본부 ‘코로나19 전문가 초청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새정부의 ‘과학적 위기대응 방역’ 정책은 무엇이고 이전과 어떻게 다른가.

△(김남중 교수)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하고 2년 6개월이 지나고 그 사이 과학적 발전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백신과 효능 있는 치료제 개발됐다. 과학적 방역은 현 상황에서 가질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다 모아서 최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방역 목표는 중환자와 사망자 수의 최소화다. 변이 특성과 백신, 치료제를 모두 고려해 정책 결정을 하는 것이 과학방역 대책이라고 생각한다. 자료가 모자란다고 해서 결정을 미룰 수 없고 최대한 가지고 있는 근거를 갖고 대응하는 것이 과학적 대응이다.

-코로나19 재유행 국면에서 자율을 강조하는 방역정책에 과학적 근거가 있나. 국가 책임을 강화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정재훈 교수) 지난 2년 반 동안 방역정책은 경험과 희생의 산물이었다. 3월 오미크론 대유행 전까지는 확산 억제와 감염자 규모를 줄이려는 정책을 폈다면, 오미크론 이후부터는 확산 저지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방역정책 패러다임이 완전히 전환됐다. 확산을 어느 정도 용인하더라도 피해의 크기를 줄이는 방향으로 적용해 왔다. 정책적 방향은 연속선상에 있고,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과학적 근거를 축적하면서 불확실성은 많이 해소되고 있다.

광범위하고 일률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효과도 있지만 굉장히 큰 사회경제적 피해가 있었고 현재의 정책 방향이 국민에게 가장 피해가 적다는 여러 과학적 합의나 동의가 있었다. 국가 책임은 일률적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요하는 것만이 아니다. 의료 및 방역 역량을 미리 확보하고 국민에게 전달하는 것이 국가 책임이다. 재유행에 앞서 4차 접종을 독려하고 치료제를 충분히 확보했다. 병상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준비가 이미 어느정도 이뤄졌다. 국가는 일률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는 것이지, 나머지 방역과 의료대응에서는 책임을 다하고 있다. 다만 자가격리자 생계지원, 소외계층 지원, ‘아프면 쉴 수 있는 문화’ 등에 있어서는 국가 책임 면에서 전향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거리두기 없이 재유행 극복이 가능하겠는가. 거리두기 재도입 가능성은

△(정재훈 교수) 사회적 거리두기 효과는 분명히 있지만 효과의 크기는 시간·시기, 변이바이러스 종류 등에 따라 달라진다. 오미크론 변이 등장 시점부터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가 한정적이다. 강력하게 거리두기를 적용하면 유행 정점 규모를 줄이고 정점 시기를 늦추는 효과는 있지만, 이 효과를 얻기 위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의 심각한 손실을 감당해야 하는가를 고민할 시점이다.

지금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비용보다 효과가 줄어드는 시점이다. 백신과 치료제를 통해 중증화율을 매우 떨어뜨리는 데 성공하고 있고, 확산 억제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니더라도 마스크 착용이나 감염자 의무 격리 등도 다른 수단이 유지되고 있고 도움이 된다.



△(김남중 교수) 현재 방역정책 목표는 중환자 및 사망자 수 최소화이고 중환자와 사망자는 여전히 고령층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 가장 영향을 받는 그룹은 젊은 연령층이다. 따라서 이득보다 손해가 훨씬 더 크다.

가능성이 작겠으나 혹시 이전 델타 변이 또는 그 이상의 중증도를 갖는 새 변이가 나타나고 빠르게 확산하면 중환자와 사망자 최소화 목적 달성을 위해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도입할 수 있다. 상황은 가변적이고 전문가들이 상황을 그때그때 분석하고 있다.

-자율·일상 방역은 강제성이 없어 국민 호응이 있겠는가

△(정재훈 교수) 지난 2년간 팬데믹을 거치면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대해서 많은 제한이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도 끝나지 않고 반복된 유행이 있을 것이므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계속 제한하는 것은 큰 무리일 수밖에 없다. 국민의 참여와 권고에 기반한 정책이 시행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방역수칙 준수가 사회 전체 피해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재유행 정점과 규모 예측은 어떻게 되나.

△(정재훈 교수) 오미크론 대유행은 우리나라와 해외 유행 사이에 4∼5주 시차가 있어 외국 자료를 바탕으로 예측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예측 정확도가 조금 높았다. 하지만 지금의 BA.5 유행 같은 경우에는 전 세계와 거의 동시에 유행이 진행되고 있어 유행 예측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다행인 것은 이번 주 유행의 증가 속도가 많이 감소했다는 점이다. 이는 1∼2주 내 정점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점의 도달 시기가 조금 빨라지고 유행의 규모가 감소할 수 있다는 예측을 조심스럽게 할 수 있다. 기존 예측처럼 평균 30만명까지 도달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유행 규모가 기존보다 조금 감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첫째 이유는 높은 4차 접종 참여율이다. 또한 켄타우로스 변이라고 부르는 BA.2.75의 상대적인 전파 능력이 최근 데이터로 봤을 때는 우려했던 것만큼 높지 않다. 그래서 BA.2.75가 유행을 주도할 가능성이 조금은 감소하고 있다.

아울러 우리 국민의 재감염률이 다른나라에 비해 조금 떨어진다. 국내 감염자는 오미크론 대유행 때 대부분 감염됐다 보니 현재까지 시간이 그렇게 오래되지 않아 재감염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확진자 숫자 예상이 아니라 중증 병상 확보이고 병상은 충분히 확보되어 있다.

-자율방역이라면 일상 생활에서 더 쉽게 치료제를 받을 수 있어야 할 텐데.

△(백경란 청장) 동의한다. 처방 확대를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실제 치료제에 대해 약물 상호작용 우려가 의료진의 어려움인데, 의료진이 더 쉽게 참고하도록 여러 자료와 준비를 진행한다. 약물 상호작용 우려 치료제는 팍스로비드다. 그 외 라게브리오는 상호작용 문제가 없기 때문에 염려가 되는 경우는 라게브리오를 적극 활용하도록 하겠다. 환자 처방관리 시스템 편의성도 높여서 치료제 처방이 증가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