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호송 때 수갑 채운 경찰…인권위 “인권 침해”

by박기주 기자
2021.02.10 12:29:04

인권위 "도주우려 등 있다고 보기 어려워…관련 제도 개선해야"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지난해 불법·폭력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나온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에게 수갑을 채운 것은 인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며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뉴시스)
인권위는 10일 “도주의 우려가 없는 피의자에 불필요하게 수갑을 사용해 경찰서로 호송했다는 진정에 대해 일부 사실을 인권침해로 인정한다”며 “경찰청장에게 관련 규정 개정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전 목사 측은 “경찰이 피해자를 호송하면서 도주우려 등이 없음에도 수갑을 채우고 이를 취재진에게 노출시킨 것은 피해자의 신체의 자유 및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전 목사가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로 교회 사택에서 20년째 거주 중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의 상황을 ‘주거 불명’으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한 영장실질심사 등에 자진출석했고, 호송 과정에서도 별다른 저항이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도주의 우려가 있는 경우라고 보기 어려웠다는 게 인권위의 판단이다.



인권위는 “그동안 수사기관의 관행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할 것”이라며 “이 사건 피진정인들에게 개별적인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향후 유사한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소속기관장에게 직원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권위는 전 목사가 구속영장 피의자심문을 받은 후 수갑가리개를 한 모습이 다수 언론매체에 의해 보도된 것은 심문 기일에 언론사 간 취재경쟁 속에서 피해자가 카메라가 찍힘으로써 발생한 것으로 경찰의 통제 밖에서 이루어진 점 등을 고려해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기각했다.

한편 인권위는 이 사건이 일어난 배경에는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반드시 피호송자에게 수갑 및 포박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과 그로 인해 형성된 실무관행이 있다고 판단, 경찰청장에게 현장에서 담당 경찰관이 수갑 사용의 필요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관련 규칙을 개정하도록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