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마을 화재 발생…개발 지연 '火魔'에 무방비

by김성훈 기자
2014.07.28 16:25:52

구룡마을 카센터서 화재..사상자는 없어
가스냄새·악취로 강남구에 민원 불구 무시 당해
마을 입구 소화기 10여개가 전부...화재 위험 상시 노출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최근 재개발 방식을 두고 서울시와 강남구청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구룡마을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두 지자체가 구룡마을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는 사이 구룡마을 주민들은 화마(火魔)에 무방비로 내몰리고 있다.

28일 오전10시 29분께 구룡마을 3지구에서 발생한 화재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화재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김성훈 기자)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3지구(개포동 584-2)내 신영카센터에서 28일 오전 10시 29분쯤 화재가 발생했다. 카센터에서 시작된 불은 인근 주택가로 옮겨져 주택 6세대를 태우고 총 2000만원(부동산 1200만원, 동산 800만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강남소방서에 따르면 불은 오전 10시 51분경 잦아들기 시작해 11시 14분경 완전히 진압됐다.

소방당국은 화재 원인을 카센터 내부 판금 도장실에서 난 것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가 난 카센터는 자동차 수리는 물론 자동차 도색·도금도 병행하던 곳으로 현장에는 각종 유류품과 페인트가 다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구룡마을 화재현장에 있던 각종 페인트가 담겨있던 보관함 (사진=김성훈 기자)
구룡마을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평소 이곳에서 도색·도금 작업을 하면 가스 냄새가 너무 심해 빨래를 못 널 정도였다”며 “화재가 날 것을 염려해 카센터 주인에게 조심하라고 수차례 얘기 했지만 결국 화재가 발생하고 말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마을 주민들은 화재가 난 지역에 평소 고물과 가스냄새를 비롯한 악취가 심해 강남 구청에 수차례 민원을 넣었지만 구청쪽에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화재가 난 이후에도 소방 인력이 도착할 때까지 초동 대응이 불가능했다는 점이다. 무허가 주택이 몰려있는 마을 특성과 소방시설 부족으로 자칫 대규모 화재로 번질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다.

구룡마을 입구에 마련된 ‘구룡마을 미니소방서’ (사진=김성훈 기자)
구룡 마을 입구에는 ‘구룡마을 미니 소방서’라는 이름으로 소화기를 보관 설치하는 시설을 갖추어 놓았지만 이번 화재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구룡마을에 거주하는 백모씨는 “구룡마을은 불이 한번 나면 마음이 조마조마 하다”면서 “마을 자체가 오래된 주택들이다 보니 불이 옮겨 붙는건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예산이 부족한데다 구룡마을이 무허가 주택지구여서 책임자를 지정해 관리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세식 강남소방서장은 “구룡마을처럼 오래된 건축물이 서로 붙어 있는 경우에는 화재시 방어벽을 구축하는데 어려움이 크다”며 “마을입구에 설치한 미니 소방서 시설도 민간의 기증을 받아 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서장은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소화기를 사야하는데 소방당국의 예산이 전혀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완벽한 초동대응 시스템을 요구하는 자체가 무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방시설의 설치·유지는 건물 관계자와 소유자의 관리가 필요한데 무허가 판자촌에선 이마저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