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집착 때문?.. 버스시장 'CNG-디젤' 논란

by김현아 기자
2011.03.17 17:25:50

국회 토론회서 기계연구원 정동수 센터장 문제제기
환경부 반박 "아직 환경편익 안 돼 CNG 하이브리드만 지원"
전문가들 "친환경성 기준으로 종합적 세제지원 필요"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환경부가 디젤 하이브리드 버스는 지원하지 않고 CNG 하이브리드 버스만 지원하는 건 과거에 대한 집착 때문이라는 전문가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환경부는 "아직 디젤 차량은 환경 편익이 CNG에 미치지 못한다"며 "말도 안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린카 시장에서 정부가 어떤 기술을 우대하는 지원정책을 펴야 하는 지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차(005380)는 압축천연가스(CNG) 하이브리드 버스만 개발하고 있고, 대우버스는 친환경 경유(클린디젤) 하이브리드 버스를 선보였다. 
 
현대차는 환경부가 디젤 하이브리드 버스에까지 보조금을 지원해야 하는 가에 대해 "제조업체라 뭐라 말하기 어렵다"고 몸을 사렸다.

▲ 현대차가 1월 25일 첫 공개한 CNG 하이브리드 버스 "블루시티". 올 해 7월부터 환경부 실증사업에 투입된 뒤 "12년부터 양산된다.




한국기계연구원 정동수 그린카연구센터장은 지난 16일 민주당 강창일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현대차와 환경부는 CNG 하이브리드 버스가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104t으로 경유 버스(160t), CNG 버스(137 t)보다 적고, 미세먼지는 제로 수준이라고 하지만, 디젤차와 CNG차의 CO2 배출은 오차범위에서 거의 비슷하고, CNG 하이브리드가 미세먼지가 거의 없다는 건 근거없다"고 밝혔다

정 센터장은 "연비나 가격경쟁력까지 비교하면 디젤 하이브리드 버스가 CNG 하이브리드 버스보다 우월한데, 환경부가 CNG 하이브리드만 미는 것은 집착때문이 아닌가 한다"며 "미국이나 유럽처럼 정부는 디젤 쪽에도 CNG 같은 보조금, 부가가치세· 소득세 면제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환경부는 2013년까지 CNG 버스를 CNG 하이브리드로 바꾸기 위해 올 7월부터 현대차 등과 시범사업을 한다. CNG 하이브리드 버스 가격은 대당 1억8000만원 정도로 CNG 버스(8000~9000만원)보다 비싸다. 

환경부 교통환경과 관계자는 "시범사업을 해 보고 연비 등을 본 뒤 정하겠지만, CNG 하이브리드 버스에 보조금 4000만원 정도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디젤 하이브리드차는 아직 환경편익 측면에서 CNG 하이브리드를 쫓아오지 못한다"면서 정 센터장 주장을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도심을 오가는 시내버스는 CNG로 하고, 시외나 고속버스는 배출가스 저감율을 보고 디젤 차량에 대한 인센티브를 검토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강창일 의원실측은 "토론회에서 환경부 과장은 이미 CNG 버스가 서울에만 98% 정도 깔려 있어 이를 하루 아침에 바꾸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 석유협회가 예산을 지원하고 한국기계연구원이 개발을 총괄해 대우버스가 개발한 디젤 하이브리드 버스. 3월 9일 금천구에서 도입 출범식을 열었다.


  
 
 
 
 
 
 
 
 
 
 
 
 




현대차는 CNG 하이브리드 버스만 개발하면서 관련 기술을 대부분 국산화했다. 대우버스는 디젤 하이브리드 버스를 개발했고, 환경부 CNG 하이브리드 버스 회의에도 참가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는 CNG 하이브리드 버스만 개발하고 있지만, 디젤 하이브리드는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착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동수 센터장은 "현대차가 자동차부품연구원과 CNG 하이브리드쪽을 개발한 것은 국고 지원을 받는 데 있어 디젤 하이브리드를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며 "쌍용차가 디젤 쪽 기술을 정부 돈으로 개발해 이중 지원 논란을 우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센터장은 "현대차 등 국내 기업의 디젤 관련 기술은 중국이나 일본보다 앞서 있다"면서 "100% 부품 국산화 이후가 아니라도 당장 디젤차 수요를 늘려 시장을 활성화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부 관계자는 "(기계연구원 등의) 디젤 하이브리드 버스는 개발이라기 보다는 조립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국내 클린디젤 핵심부품 기술은 유럽의 보쉬 등 외국보다 떨어진다. 보쉬 등은 유로-5(EURO-5)기준 제품을 생산중이고 유로-6 제품을 개발중인 반면, 우리는 유로-4를 생산하는 데 그치고 있다. 유로-5 이상은 원천기술을 연구하는 수준이다.


CNG 하이브리드 버스와 디젤 하이브리드 버스의 친환경성 우위는 논란이고 , 부품 국산화율은 CNG가 우수하다면 CNG가 승리한 것일까. 국내 에너지 수급 측면에선 디젤 하이브리드 같은 클린디젤차가 훨씬 유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천연가스(CNG)는 대부분 수입해 오는 반면, 경유(디젤)는 원유를 가공해 만들어 국내에서 소비한 뒤 외국에 전체 물량의 48% 정도를 내다 팔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의 보조금이 없는 탓에 버스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서울시가 CNG 버스를 채택하는 등 국내에선 클린디젤차 수요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정동수 센터장은 "CNG 버스를 보면 1850만원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반반씩 나눠 운수회사에 주고, 부가가치세 10% 면제와 취득세 면제, 연료에 대한 세금 감면 등 정부 지원정책이 몰려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미세먼지 같은 환경보다는 CO2나 연비가 더 중요한 데 CNG는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면서 "미국도 CNG와 디젤에 대해 2대 8의 비중으로 지원하는 등 우리나라처럼 CNG만 지원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산업연구원 이항구 박사는 "CNG든, 클린디젤이든, 전기차든 친환경성과 연비 효율성 등을 기준으로 종합적인 지원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