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화석연료 여신 9.4조인데…탄소배출량·감축 목표는 ‘깜깜’
by최정훈 기자
2026.09.29 09:31:23
2021년보다 여신잔액 1.2조 증가…지난해 신규취급액 77% 해외 집중
산은 “기업 배출량 자료 부족”…한창민 “추정치라도 공개해야”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산업은행의 석탄·석유·액화천연가스(LNG) 관련 여신잔액이 9조4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보다 1조원 이상 늘어난 규모다. 반면 산업은행은 금융지원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인 ‘금융배출량’을 공개하지 않고 감축 목표도 설정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 | 서울 영등포구 한국산업은행 본점.(사진=한국산업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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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산업은행의 화석연료 관련 여신잔액은 9조4533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말 8조2663억원보다 1조1870억원 증가했다. 다만 2024년 말 9조6199억원과 비교하면 1666억원 감소했다.
최근 5년간 신규로 취급한 화석연료 관련 여신은 총 10조7914억원에 달했다. 연료별로는 LNG가 5조8204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석유 4조1697억원, 석탄 8013억원 순이었다.
특히 해외 화석연료 사업에 대한 금융지원이 확대됐다. 지난해 해외 신규취급액은 1조4021억원으로 전년(1조529억원)보다 33.2% 증가했다. 반면 국내 신규취급액은 같은 기간 1조2268억원에서 4122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전체 화석연료 신규취급액 가운데 해외 비중은 77.3%에 달했다. 해외 여신잔액도 2021년 말 3조2365억원에서 지난해 말 5조5810억원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산업은행이 이 같은 금융지원에 따른 탄소배출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은행은 한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금융배출량 산정을 준비하고 있지만 현재 공표할 수 있는 수치는 없다고 밝혔다. 금융배출량 감축 목표와 이행실적에 대해서도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답했다.
금융배출량은 금융회사가 대출하거나 투자한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가운데 해당 금융회사의 자금 제공 비율에 해당하는 배출량을 의미한다.
산업은행은 기업들이 실제 탄소배출량을 충분히 공시하지 않아 정확한 금융배출량을 산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업의 배출량 공시가 의무화돼야 구체적인 산정·공시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국제 금융배출량 산정기준인 PCAF는 차입기업의 실제 배출량 자료가 없더라도 매출액이나 자산액 등 경제활동 자료와 업종별 평균 배출계수를 활용해 배출량을 추정하는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 배출량 자료가 부족하면 추정치의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지만 산정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한 의원실은 중소기업 여신 비중이 높은 기업은행도 PCAF 기준에 따라 금융배출량을 산정·공개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금융배출량을 파악하지 못하면 화석연료 관련 금융지원에 따른 기후위험을 체계적으로 평가하는 데도 한계가 생길 수 있다. 탄소배출 규제 강화나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관련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하면 금융회사가 보유한 대출·투자자산의 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의원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자신이 제공한 금융이 얼마나 많은 배출량과 연결되는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업 공시가 부족하다면 산정 가능한 범위와 추정치의 한계를 먼저 공개하고 자료의 정확도를 높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