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명철 기자
2015.10.02 19:25:30
주진형 사장, '항명 주도' 지역 사업부장 2명 대기발령
직원 대표실에서 피켓시위..PB들도 항의 표시할듯
서비스선택제 5일 시행 강행 불투명..고객 혼란 예상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한화증권의 내분 사태가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다. 주진형 한화투자증권(003530) 사장은 서비스 선택제 도입을 반대한 임원에 대해 징계 처분을 내렸다. 직원들의 반발 기류은 더 거세지는 분위기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 사장은 이날 변동환 재경2지역사업부장과 최덕호 영남지역사업부장에게 자택 대기발령을 통보했다. 이들이 집단적 항명을 주도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한화증권 지역 사업부장과 지점장들은 서비스 선택제 도입을 반대하는 연판장을 내고 대표실을 찾아 유보를 요구하며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달에도 주 사장은 회사의 정책에 반대한 직원들을 징계한 바 있다. 당시 연판장을 주도한 지역 사업부장·지점장 2명에게 자택 대기발령을 내렸다.
주 사장이 추진하는 서비스 선택제란 주식 투자를 할 때 상담·관리가 필요한 고객은 별로의 컨설팅 계좌를 만들고, 스스로 판단해 투자하는 고객은 다이렉트 계좌를 선택하도록 한 제도다. 컨설팅 계좌는 프라이빗뱅커(PB) 조언을 통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좀더 비싼 수수료를 매기고, 반대로 다이렉트 계좌는 주문 금액에 상관없이 정액제를 적용한다.
서비스 선택제를 도입하면서 주 사장은 직원들의 영업 실적을 컨설팅 계좌로 제한하겠다는 입장이다. 그간 실적으로 인정되던 다이렉트 계좌의 거래가 영업직원의 실적으로 잡히지 않게 되면 직원들이 받는 실질 임금이 줄어들게 된다. 한화증권 직원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하는 이유다.
주 사장은 일부 지점장에게 전화를 돌려 당초 예정대로 5일에 시행하거나 제도 도입을 2주 연기하는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영업직원들은 2주 유보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경한 분위기다.
이날 오전 재경 지점장 26명 전원이 주 대표실 앞에서 피켓을 들고 항의 시위를 벌였으며 오후에는 전국 각 지역 지점장 50여명이 모이기도 했다. 각 지점의 직원과 프라이빗뱅커(PB)들도 항의의 뜻을 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증권 인트라넷 등에서는 주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직원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내부 반발이 워낙 거세다는 점에서 서비스 선택제가 당초 예정대로 5일 도입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고객들의 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증권은 지난달부터 제도 시행을 앞두고 홈페이지를 통해 서비스 사전 신청을 받고 있었다. 회사에 따르면 9월말 기준 고객의 15% 가량이 이 제도를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5일부터 신청한 고객에 대한 서비스 적용 여부를 두고 혼란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주 사장과 직원간 대립이 격화되면서 중재 역할을 맡던 권 부사장이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권 부사장은 회사 홍보팀을 통해 “사직서를 제출한 적이 없다”며 부인했다. 회사측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한차례 사의를 표명한 적이 있으나 주 사장의 만류로 다시 출근하고 있는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