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대신 사는 시대…‘에이전틱 커머스’ 뜬다

by박순엽 기자
2026.02.03 09:44:36

삼정KPMG, ‘에이전틱 커머스, 쇼핑의 자율주행을 이끌다’ 발간
구매 주체 ‘사람→에이전트’ 전환 가능성…신뢰·소비자 보호 과제
표준 선점·신뢰 인프라 승부처…기업 전략 ‘에이전트 친화’로 이동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소비자가 직접 검색·비교하며 구매를 결정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이 조건을 이해하고 거래까지 대신 수행하는 소비 패턴이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용자의 목적과 제약을 반영한 AI 에이전트가 상품 탐색부터 비교·추천, 결제와 주문 실행까지 전 과정을 대행하는 이른바 ‘에이전틱 커머스(Agentic Commerce)’가 새로운 이커머스 모델로 부상하면서, 구매 의사결정의 주체가 ‘사람’에서 ‘에이전트’로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삼정KPMG)
삼정KPMG는 3일 발간한 보고서 ‘에이전틱 커머스(Agentic Commerce), 쇼핑의 자율주행을 이끌다’에서 에이전틱 커머스 생태계가 △AI 에이전트 플랫폼 △표준·프로토콜 △결제·신뢰·인증 인프라 △커머스·상품 등 네 영역으로 세분화되며 각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의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에이전틱 커머스는 AI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의도와 조건을 해석해 최적의 상품을 찾고 비교·선택하는 것은 물론, 거래 실행까지 담당하는 구조를 뜻한다. 기존 이커머스가 소비자의 ‘검색→비교→선택’ 행동을 전제로 했다면, 에이전틱 커머스는 AI가 실질적인 구매 주체로 작동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을 시사한다는 설명이다.

핵심 축으로 제시된 것은 ‘AI 에이전트 플랫폼’이다. 이용자가 에이전트를 통해 쇼핑을 수행할 경우, 상품 탐색 경로 설정부터 가격 비교, 브랜드 노출 등 주요 의사결정 과정이 플랫폼 내부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곧 커머스 사업자들이 공들여 온 검색 최적화·노출 경쟁의 무게중심이 ‘에이전트가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는 정보 구조’로 옮겨갈 수 있다는 의미다.

확산의 전제 조건으로는 ‘표준·프로토콜’이 꼽혔다. AI 에이전트와 쇼핑몰, 결제사가 끊김 없이 연동되려면 공통 규격이 필요하고, 어떤 기업이 이 연결 규격을 선점해 글로벌 상거래의 ‘공통 언어’로 만들지 여부가 생태계 주도권을 가르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제·신뢰·인증 인프라’도 관건이다. AI가 사용자를 대신해 결제를 실행하는 구조는 책임 소재, 사기 위험, 다크 패턴, 과소비 문제와 맞닿아 있어, 안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결제·인증 체계 구축이 필수 과제로 제시됐다.



‘커머스·상품’ 영역에서는 API와 데이터 인터페이스가 중요하다고 봤다. AI 에이전트가 상품 데이터를 이해하고 옵션 선택, 재고 확인, 주문·배송 실행까지 수행하려면 기계가 읽고 판단할 수 있는 형태로 상품 정보가 제공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커머스 기업들은 ‘검색 최적화 중심’ 전략에서 ‘에이전트 친화적 데이터 환경 구축’으로의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보고서는 OpenAI, Google, Amazon, Walmart 등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AI 에이전트를 소비자 인터페이스로 삼거나, 결제 및 상호운용성 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동시에 기술적·윤리적·법적 리스크도 부각됐다. AI 의사결정의 신뢰성, 데이터 편향, 소비자 자율성 침해, 책임 소재 불명확성 등은 제도 정비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과제로 꼽혔다. 에이전틱 커머스 환경에 부합하는 계약 법리와 소비자 보호 체계를 둘러싼 논의가 확대돼야 한다는 제언도 담겼다.

한국 시장에 대해서는 높은 디지털 인프라와 보편화된 간편결제 생태계를 강점으로 평가하면서도, 글로벌 빅테크 대비 구현 속도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기업 차원의 선제 대응이 중요하며, 자체 AI 에이전트 구축과 외부 에이전트와의 협업 가운데 어떤 전략을 택할지 중장기 관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홍민 삼정KPMG 상무는 “에이전틱 커머스는 소비자가 직접 탐색하고 선택하던 구조를 넘어 AI 에이전트가 실질적인 구매 주체로 작동하는 새로운 상거래 패러다임”이라며 “에이전트 관점에서 상품 데이터를 설계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향후 기업 경쟁력 확보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