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에 유럽 성장 최대 1%포인트 둔화"…ECB 위원의 경고

by이소현 기자
2025.04.07 14:36:32

스투르나라스 그리스 중앙은행 총재 FT 인터뷰
"무역 전쟁, 유로존 성장·물가 동반 하락시킬 것"
ECB, 17일 통화회의…금리 인하 가능성 주목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단행한 대규모 관세 조치가 유럽 지역에 부정적인 수요 충격을 일으켜 성장을 최대 1%포인트까지 둔화시킬 수 있다고 유럽중앙은행(ECB)의 고위 정책위원이 경고했다. ECB는 오는 17일 예정된 기준금리 결정에 앞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야니스 스투르나라스 그리스 중앙은행 총재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다가오는 글로벌 무역 전쟁이 유럽 경제 성장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야니스 스투르나라스 그리스 은행 총재(사진=AFP)


그는 “성장에 뚜렷한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경우 경제 활동이 예상보다 크게 위축되며, 이는 물가 상승률을 목표치 이하로 끌어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ECB 정책위원회에서 가장 오래 활동한 인물 중 한 명인 스투르나라스 총재는 현재 유로존의 성장 전망이 이미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고, 인플레이션도 ECB의 중기 목표치인 2%에 겨우 도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충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CB의 다음 금리 결정은 4월 17일로 예정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대부분의 EU산 수입품에 대해 20%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EU 제품의 최대 수출 시장으로 작년 기준 EU 전체 수출의 약 21%를 차지한다. 관세는 미국 내 수요를 둔화시킬 것으로 예상되며, 동시에 중국에 대한 더 높은 관세가 중국산 제품의 유럽 시장 유입을 가속시켜 유럽의 인플레이션을 더욱 낮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CB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 관세 발표 이전까지만 해도 금리 인하를 잠정 중단할 가능성을 시사하며 다소 매파적 기조를 보이고 있었다.

ECB는 작년 중반 이후 여섯 차례 금리를 인하해 지난달 기준금리를 2.5%까지 낮췄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3월 “무역 전쟁이 유발할 수 있는 EU의 보복 조치와 유로화 약세 등을 감안할 때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최대 0.5%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투르나라스 총재는 이 같은 견해에 이의를 제기하며 “관세는 유로존에 있어 확실히 디플레이션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가 “예상보다 훨씬 더 악화했으며, 전례 없는 수준의 글로벌 정책 불확실성을 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이번 관세 조치로 인해 ECB가 이달 중 다시 한 번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JP모건은 기존 ECB의 4월 금리 동결을 예상했으나 최근 전망을 수정해 이달 0.25%포인트 인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며, 6월과 9월에도 각각 추가 인하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 또한 “4월 금리 인하는 이제 매우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스투르나라스 총재는 기준금리를 50bp(0.5%포인트) 인하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냐는 질문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그는 “관세의 영향을 정확히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유로존 성장률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0.5~1%포인트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ECB는 3월에 유로존의 2025년 성장률 전망치를 단 0.9%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