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총장 "청소노동자 사망, 타인 존중 부족"…처우 개선 약속
by조민정 기자
2021.08.05 13:54:44
5일 오전 서울대 행정관 4층서 간담회 열어
오 총장 "직장 내 갑질 전체 교육…TF 꾸려"
유족 "2차 피해 심각…학교의 보호조치 필요"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사과문을 발표한 이후 노동자들과 마주앉았다. 현장 노동자의 목소리를 듣고 전체 직원 교육 등을 약속했지만 학생 모임과 노조 등은 만남에서 제외돼 제대로 된 해결책이 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5일 오전 서울대학교 행정관에서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열린 청소노동자, 유족 등과의 간담회에서 숨진 청소노동자의 남편인 이모씨로부터 서울대 청소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한 연서명 결과를 전달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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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 총장은 서울대 행정관 4층 대회의실에서 서울대 기숙사 생활관 청소노동자, 유족 등과 간담회를 갖고 “이번 사안으로 피해를 입은 노동자에게 진심 어린 위로와 사과를 드린다”며 “실제로 현장에 계신 분들의 문제점을 듣고 개선사항 마련에 참고하고자 하니 기탄없이 말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오 총장을 비롯해 박용수 사무국장, 여정성 교육부총장, 이원우 기획부총장, 정봉문 시설관리국장, 한동헌 관악학생생활관 부관장 등 학교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약 30분가량 진행됐다.
오 총장은 “이런 자리를 일찍 마련하려고 했으나 고용노동부 조사가 있어서 결과 발표 이후로 잡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사태에서 서울대가 타인에 대한 존중감 등 사회에서 요구하는 자질들이 부족하다고 느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무국장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본질적으로 근로환경을 개선해나가고 이행 사항을 점검해 나가겠다”며 처우 개선을 약속했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전체 교육을 통해 직원들의 인식을 개선하고 근로사항뿐 아니라 전체적인 조직문화를 바꿔나가겠다는 설명이다.
숨진 청소노동자의 남편 이모씨는 “2차 가해에 관해서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학교 판단이 조금 빨랐으면 우리 가정이 우격다짐으로 얻어내려는 불쌍한 사람들로 비춰지지 않았을 것이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나마 정부에서 갑질 조사를 실시해서 더이상 2차 가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용기 내서 증언한 노동자들이 정년까지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학교 측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청소노동자인 허모씨는 “그동안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었지만 말할 수 없었다”며 “조금이라도 서로가 존중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서로 타협해 이런 일이 없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번 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한 서울대 학생모임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공동행동(비서공)’과 전국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서울대시설분회(시설분회)는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대 청소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한 연서명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4일까지 진행한 처우 개선 요구 연서명에는 개인 8305명과 단체 312곳이 참여했다. 온·오프라인으로 모인 연서명 결과는 이날 간담회에서 유족 이씨가 오 총장에게 직접 전달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세정 서울대 총장의 사과가 퍼포먼스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인력충원과 생활임금 지급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재현 비서공 학생대표는 “주말근무 폐지 등을 유일한 대안으로 내세우며 근본적 해결책인 인력충원은 안 된다고 했다”며 “학생 대표와 노조가 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해결책이 나올지 계속해서 지켜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6월 26일 50대 청소노동자 고(故) 이모(59·여)씨가 서울대 기숙사 휴게실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일부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판단한 조사결과를 지난달 30일 발표하며 서울대에 개선조치를 요청한 바 있다.
| 5일 오전 서울대 학생모임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공동행동’(비서공)과 전국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서울대시설분회(시설분회)가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조민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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