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글로벌 파운드리 '쩐의 전쟁'
by신민준 기자
2021.05.24 15:11:26
반도체 공급 부족 등 파운드리 호황…올해 전체 매출 전년比 11% ↑
세계 1·2위 TSMC·삼성전자, 100조원 넘는 대규모 투자 경쟁
韓비롯해 대만·美·中 4개국 투자 주도…국가 패권 경쟁도 치열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들이 이른바 ‘쩐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4차 산업 혁명과 반도체 공급 부족 등으로 파운드리시장이 호황을 이어가고 있는데다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국가 패권 경쟁까지 벌어지면서 증설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과 대만, 중국 등 4개 국가를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 *글로벌 10대 파운드리 2021년 1분기 매출 기준. (자료: 트렌드포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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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대만의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파운드리 매출 규모는 946억달러(약 106조6520억원)로 전망된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11% 늘어난 수치다.
가장 치열한 투자 경쟁을 벌이는 파운드리는 바로 대만 티에스엠씨(TSMC)와 삼성전자(005930)다. TSMC는 세계 1위의 파운드리로 올해 1분기 매출 기준 시장 점유율 56%를 차지했다. 영국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TSMC는 2023년까지 설비와 연구개발(R&D)에 1000억달러(약 112조74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TSMC는 올해 1분기 설비투자 규모를 애초 280억달러(약 31조5448억원)에서 300억달러(약 33조8100억원)로 상향조정했다.
TSMC는 현재 미국 애리조나주에 250억달러(약 28조1650억원) 안팎 규모의 3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공정 반도체 생산 공장(팹·Fab) 건설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TSMC는 애초 애리조나에서 5나노미터급 생산 공장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미국의 지원과 삼성전자와 초미세공정 개발 경쟁 등에서 앞서기 위해 3나노미터급 공정 파운드리를 건설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1위를 위한 133조원(1180억달러) 투자 계획에 38조원(337억달러) 추가한 171조원(1518억달러)을 투자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미국에서도 170억달러(19조원) 규모의 신규 파운드리 투자를 단행한다. 구체적인 팹 설립 지역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텍사스주(오스틴)를 비롯해 뉴욕(버팔로), 애리조나(피닉스)주가 후보지로 거론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오스틴에 14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팹을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신규 팹에 5나노미터 극자외선(EUV) 반도체 생산 라인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경기도 평택에 세계 최대 규모 팹인 2캠퍼스(P2)와 3캠퍼스(P3)도 구축하고 있다. P2는 5나노미터 EUV 공정 등을, P3는 아직 파운드리 구축 계획은 없지만 추후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
SK하이닉스(000660)도 파운드리 확대를 계획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IC) 증설과 키파운드리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방안 검토 중이다.
미국 기업들도 파운드리 투자 확대를 계획 중이다. 종합반도체기업 인텔(Intel)은 200억 달러(약 22조6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 주 오코틸로 지역에 반도체 생산 공장 2곳을 지을 예정이다. 글로벌파운드리스(Global Foundries)도 14억달러(약 1조5778억원)를 투자해 파운드리의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대만 유엠씨(UMC)도 36억달러(약 4조572억원)를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에스엠아이씨(SMIC)도 23억5000만달러(약 2조6484억원)를 투자해 신규 팹을 건설할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펜트업(억눌린) 수요에 더해 인공지능이나 사물인터넷 등의 도입 속도가 빨리지면서 파운드리 호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글로벌 파운드리들도 투자를 확대하면서 시장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