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익 1兆 시대’ 연 농협금융…이대훈 행장 연임 결정

by박일경 기자
2018.12.17 14:10:38

[김광수 회장 첫 사장단 인사]
농협금융 ‘안정 속 개혁’ 선택
오병관 손해보험 사장도 유임
4곳中 절반만 교체…최종후보 추천
생명 대표엔 홍재은, 캐피탈 이구찬

17일 NH농협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연임을 결정한 이대훈(왼쪽) NH농협은행 은행장과 오병관 NH농협손해보험 대표이사 내정자. (사진=NH농협금융지주)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NH농협금융지주가 17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를 열고 이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NH농협은행·생명보험·손해보험·캐피탈 등 4개 완전자회사 대표이사에 대한 추천 절차를 완료했다.

특히 김광수 NH농협금융그룹 회장의 취임 이후 첫 사장단 인사로 금융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됐다. 2012년 3월 지주사 창립 이래 ‘연간 순이익 1조원 시대’를 처음 열 것이 유력해진 상황에서 김 회장은 “시장경쟁력에 초점을 둔 역량이 검증된 전문가 중심” 인사 원칙을 지킨 가운데, 그동안 대표이사 가운데 임기 1년 만에 물러난 경우가 없다는 전례도 유지해 조직 혼란을 최소화했다. 이번 인사 대상 4곳 중 절반을 물갈이하면서 농협금융은 ‘안정 속 개혁’을 선택했다는 평가다.

농협금융은 이날 “미·중 무역 전쟁이 장기화되고 내년도 경기전망의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어 경영체질을 개선하고 잠재 수익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적임자를 적극 발탁했다”고 강조했다.

작년 12월말 취임한 이대훈 현(現) 농협은행장은 연임에 성공했다. 농협금융 임추위는 “이대훈 행장은 지난 1년간 선제적 리스크 관리로 건강한 은행을 구현해냈고 올해는 은행 출범 후 최초로 연도 말 손익 1조원 돌파가 확실시되는 데 크게 기여한 공을 인정받았다”면서 “중·장기 책임경영 유도를 위해 유임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은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9339억원으로 전년 동기(5160억원)보다 81%(4179억원)나 급증했다. 농업지원사업비 부담 전 당기순이익은 1조924억원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농협금융이 3분기 누적순이익 1조771억원을 시현한 점을 감안하면 농협은행이 그룹 전체 실적을 견인한 셈이다. 이 행장은 1985년 11월 농협중앙회 입사 뒤 33년간 은행원 생활을 하면서 프로젝트금융부장, 경기 및 서울영업본부장(부행장보), 중앙회 상호금융 대표 등 행 내 다양한 업무를 거쳐 은행장에 올랐다.

현재 이 행장은 내년을 농협은행의 ‘디지털 마케팅 도약 원년’으로 선언한 상태다. 이 행장의 ‘디지털 퍼스트’ 전략은 젊은 고객층으로 농협은행 저변을 넓히는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모바일플랫폼 ‘올원뱅크’ 3.0 새 버전을 선보인 농협은행은 올원뱅크 전용상품 ‘NH올원 해봄적금’을 함께 내놨다. 금연과 다이어트 등 고객이 직접 설정한 목표 도달 시 1000원 이상부터 적립할 수 있고 최대 1.0%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해봄적금’은 출시 20일 만에 1만좌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30대 이하 가입고객이 51%에 이를 만큼 젊은 층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올원뱅크’ 회원 수는 이달 안에 300만명 달성이 예상된다.



‘올원뱅크’의 연간 간편송금 이용금액도 10조원을 넘었다. 일평균 289억원, 17만건이 거래되고 올해 누적 이용건수는 6000만건을 넘는다. 작년 연간 이용건수 1456만건과 비교하면 4배 이상, 지난해 연간 이용금액 1조6471억원과 견줄 땐 6배 이상 각각 급성장했다. 연령대별 이용자 비중을 보면 30~40대가 42%로 가장 많다. 20대 이하도 31%로 이용자 10명 중 7명 이상이 40세 이하 고객에 분포돼있다.

17일 NH농협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로부터 신규 선임된 홍재은(왼쪽) NH농협생명보험 대표이사와 이구찬 NH농협캐피탈 대표이사 내정자. (사진=NH농협금융지주)
NH농협손해보험 대표이사 역시 오병관 현 사장이 연임됐다. 연말로 1년 첫 임기를 채운 오병관 대표는 손보사 경영 토대를 마련하고 조직 안정화에 노력해 준수한 실적을 거둔 공로를 인정받았다. 농협손보 3분기 누적순이익은 28억원으로 전년 동기(167억원) 대비 83.2% 줄었으며 순손실은 177억원에 달했으나 폭염 피해 급증 등으로 정책성 보험 지급이 많았던 점을 고려했다.

NH농협생명보험과 NH농협캐피탈 등 2곳은 각각 서기봉·고태순 기존 사장을 교체했다. 농협생명 대표이사에는 홍재은 농협금융지주 사업전략부문장을 선임했다. 홍재은 내정자는 금융시장부문에서 오랜 기간 다져온 전문경력으로 통찰력을 보유했다는 평이다. 자산건전성을 확보하고 경영체질을 개선해 농협생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농협캐피탈 대표이사는 이구찬 농협상호금융 자산운용본부장을 추천했다. 이구찬 내정자는 은행 현업경험과 제2금융 여신·수신·자금 업무를 두루 섭렵해 금융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는 까닭에 농협캐피탈의 견고한 성장과 내실을 다질 적임자라는 평가다.

농협금융 임추위는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준행 서울여대 교수를 포함해 이기연 성균관대 교수, 정병욱 변호사 등 사외이사 3명과 이강신 농혐금융지주 부사장(사내이사), 유남영 농협중앙회 이사 등 총 5명으로 구성돼있다. 완전자회사 대표이사 후보자를 심사·선정하며 이외의 계열사는 해당 계열사별 임추위에서 후보자를 추천한다. 사내이사인 이강신 농협금융지주 부사장은 대표이사 후보군에 포함돼 이번 임추위에선 제외됐다. 후보자들은 각사 주주총회를 통해 확정되며 임기는 내년 1월 1일부터 개시된다.

농협금융 임추위는 “지난달 16일 경영승계 개시를 시작으로 한 달여간 다양한 내·외부 후보군에 대한 종합적인 경영능력, 전문성, 평판조회 등을 중심으로 심도 있는 논의와 심사를 거듭하며 후보자를 압축해 왔다”며 “복수의 후보자를 두고 심층면접을 거쳐 최종 후보를 선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