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렬 전 서울지검장, 면직 취소소송도 승소…검찰로 돌아오나

by한광범 기자
2018.12.06 14:47:29

징계사유 4개 중 3개 인정…"규정상 주의·경고 사안'
文대통령 감찰 지시→면직·기소…찍어내기 논란
확정될 경우 檢 복귀 가능…항명파동 심재륜 복귀 전례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돈봉투 만찬 논란으로 검찰에서 쫓겨난 이영렬(60·사법연수원 18기) 전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면직처분을 취소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 전 지검장을 면직한 게 과도한 징계라는 판단이다. 이 전 지검장은 앞서 지난 10월 돈봉투 만찬 논란에 대해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윤경아)는 6일 이 전 지검장이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면직처분 취소소송에서 “이 사건의 면직 처분은 공익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과중해 제량권 일탈 남용에 해당한다”며 원고 승소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전 지검장에 대한 징계사유 4개 중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위반 혐의를 제외한 △특수활동비 부적절 사용에 따른 예산지침 위배 △수사 대상자인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과의 식사·음주에 따른 검사 품위 손상 △노승권 전 1차장 등 하급직원 지휘·감독 소홀에 대해선 징계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들 징계사유는 검찰공무원법 징계지침상 주의 내지 경고, 반복될 경우 견책 처분에 처해진다. 이 전 지검장에 대한 면직처분은 내부 기준에도 어긋난다”며 “부하 직원인 노 전 차장 등에 대한 경고도 없었고 검사에 대한 면직 처분을 한 다른 사례를 보더라도 이 전 지검장에 대한 징계는 과중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무죄 확정 판결에 이어 면직처분 소송에서도 이 전 지검장이 승리함에 따라 이 전 지검장 면직 당시 일었던 찍어내기 인사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 전망이다. 작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은 ‘돈봉투 만찬’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이후 검찰은 이 전 지검장에 대한 면직처분과 기소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이 전 지검장은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이 전 지검장은 검찰로 복귀할 수 있다. 지난 1999년 항명 파동으로 검찰에서 쫓겨났던 심재륜 전 고검장은 대법원에서 면직처분 승소 판결을 받은 후 검찰에 복귀해 근무했다.

이른바 ‘돈봉투 만찬’은 지난해 4월21일 서울 서초동의 한 식당에서 열렸다.

서울중앙지검 국정농단 수사팀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하고 수사를 종료한 지 4일 후였다. 이 전 지검장이 수사팀 격려차원에서 마련한 자리로 수사팀 검사 7명과 법무부 검찰국 소속 안태근 당시 국장과 검찰국 과장인 부장검사 2명이 참석했다.



이 전 지검장은 1인당 9만5000원인 식사비 전액을 업무카드로 결제했고, 특수활동비로 마련한 100만원이 든 돈봉투 2개를 각각 검찰국 검사 2명에게 격려금 명목으로 건넸다. 안 전 국장도 수사팀 검사 7명에게 수사비 명목으로 70만~100만원이 든 돈봉투를 지급했다.

한 일간지의 보도로 지난해 5월 중순 돈봉투 만찬 사실이 공개되자 비난여론이 거셌다. 이 전 지검장은 초임 검사장 자리인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좌천됐고 내부 감찰을 받았다.

이 전 지검장은 감찰 결과 지난해 6월 4가지 사유로 면직처분 징계를 받고 검찰에서 쫓겨났고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기소까지 됐다. 그는 지난해 9월 서울행정법원에 면직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앞서 지난 10월 이 전 지검장에 대한 김영란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하며 해당 만찬을 김영란법의 예외규정에 해당하는 ‘정당한 회식’이라고 결론냈다.

김영란법은 ‘공공기관이 소속 공직자 등이나 파견 공직자 등에게 지급하거나 상급 공직자 등이 위로·격려·포상 등의 목적으로 하급 공직자 등에게 제공하는 금품 등’을 예외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상급 공직자란 금품 제공의 상대방보다 높은 직급이나 계급의 사람으로서 상대방과 직무상 상하관계에 있고 그에 기초해 사회통념상 위로·격려·포상 등을 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며 “금품 제공자와 그 상대방이 직무상 명령·복종이나 지휘·감독 관계에 있어야만 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검찰 소속인 이 전 지검장을 검찰 상급기관인 법무부 검찰국에 파견된 후배 검사들보다 상급자로 보고, 이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격려금을 건넨 것은 김영란법 예외규정에 해당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