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의혹에 떠올린 러시아 멸망 원흉 '괴승' 라스푸틴

by김일중 기자
2016.10.26 12:57:37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비선실세 의혹이 확산되면서 제정 러시아를 파멸로 몰고 간 ‘괴승’ 라스푸틴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리고리 예피모비치 라스푸틴. 출처=위키백과


그리고리 예피모비치 라스푸틴(이하 라스푸틴)은 1869년 1월에 태어나 1916년 12월 암살당한 제정 러시아 말기 파계 수도자이자 예언자이다.

라스푸틴은 시베리아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떠돌이 생활 중 어느 수도승에게서 병을 치료하는 능력과 예언능력을 배웠다.

1903년 주치의도 포기할 만큼 심한 혈우병을 앓고 있던 러시아 황태자를 찾아가 병세를 호전시키며 황제의 총애를 받기 시작했다.

이후 극심한 신경쇠약에 시달리던 알렉산드라 황후가 라스푸틴 없이는 하루도 견디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자 라스푸틴은 이를 이용해 당시 황제인 니콜라이 2세를 사실상 허수아비로 만들며 황실 인사권까지 좌지우지하는 러시아 최고 권력자로 군림했다.

독일 공주 출신인 황후를 이용해 친독파 귀족들을 기용하고, 스콜리핀이라는 소신있는 정치가를 암살했다. 자신에게 아첨하는 정도를 보고 수상과 내무장관을 수시로 임명, 파면했다.



또한 라스푸틴은 무려 90% 달하는 세율을 농민들에게 부과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웠고, 항의하는 농민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해 ‘피의 일요일’ 사건을 일으켰다.

1905년 1월 22일 일어난 ‘피의 일요일’에서는 죽은 사람만 500~600명, 부상자는 수천명에 이르렀다고 전해진다. 이 사건은 제정 러시아를 무너뜨린 1917년 러시아 혁명의 시발점이 된 핵심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라스푸틴의 횡포는 황실과 귀족들을 가리지 않았는데, 밤마다 대규모 파티를 열며 귀족들의 부인을 유혹해 농락했다. 심지어는 황후와도 관계를 맺고 주변에 자랑하고 다녔다고 한다.

무소불위의 권력과 향락에 빠졌던 라스푸틴의 최후는 기괴하고도 비참했다.

그의 횡포와 국정농단에 반발한 귀족들은 그를 파티에 초대해 준비한 청산가리를 먹였다. 하지만 그는 2시간이 넘도록 죽지 않고 춤을 췄으며 이에 총으로 쏴 쓰러뜨린 뒤 얼어붙은 네바 강에 던졌다.

하지만 3일 후 건져 올린 라스푸틴의 사인은 ‘익사’로 판명됐다. 몸에 4발이나 되는 총탄을 맞고도 죽지 않은 것. 게다가 시체가 발견된 강 얼음엔 라스푸틴의 손톱자국이 남아 있었다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