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 상장…경영권 승계 가속도 붙나
by박철근 기자
2014.05.08 16:19:35
이재용 부회장 3남매 2조원대 실탄 확보
상속재원·핵심 계열사 지분확보 초석 마련
작년 9월부터 이어진 그룹 재편 작업 박차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삼성SDS가 8일 연내 상장 추진을 결정하면서 향후 삼성그룹의 사업재편과 경영권 승계작업이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SDS가 상장하게 되면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008770) 사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사업부문 사장 등 3남매가 2조 원대의 현금을 확보하게 된다. 이에 따라 이 자금의 활용처에 따라 삼성의 경영권 승계 방향과 속도가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용·부진·서현 2조 원대 실탄 확보
삼성SDS의 상장으로 이 부회장 3남매의 보유주식 가치가 2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삼성SDS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SDS의 최대주주는 22.58%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다. 이와 함께 삼성물산(000830)과 삼성전기(009150)도 각각 17.08%, 7.88%를 보유하고 있다. 개인 최대주주는 11.25%(870만4312주)의 지분을 갖고 있는 이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과 함께 부진·서현 자매도 각각 3.90%(301만8859주)의 지분을 갖고 있다.
현재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삼성SDS의 주가(15만 원)를 기준으로 한 이 부회장의 보유주식 가치는 1조3056억 원에 이른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의 보유주식 가치도 각각 4528억 원에 이르는 등 세 사람의 보유주식 가치는 2조원을 넘어선다.
향후 상장과정에서 정해질 공모가격과 상장 이후의 주가 흐름에 따라 이 부회장 3남매의 보유주식 가치는 더욱 높아질 가능성도 크다.
◇“상속재원 활용? 계열사 지분 매입?”
2조 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이 어떻게 쓰여질 지에 대해 삼성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는 삼성SDS의 상장으로 이 부회장 3남매가 상속 재원을 마련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상장기업 보유주식 가치(4월 30일 종가 기준)는 10조8413억 원. 여기에 부동산까지 합할 경우 이 회장의 재산은 더욱 늘어난다.
포브스가 최근 발표한 ‘2014년 한국 50대 부자 명단’에 따르면 이 회장의 자산 규모는 13조3000억 원이다. 이 자산을 이 부회장 등 세 자녀가 모두 상속받을 경우 상속세만 6조5000억 원 이상이 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이 부회장 남매들이 삼성에버랜드, 삼성SDS, 삼성석유화학 등 비상장 회사의 지분만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상속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며 “경영권 승계를 위한 필수과정인 상속재원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부회장 남매들이 삼성SDS 지분을 매각해서 얻은 자금으로 계열사 지분을 확보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SDS의 상장은 삼성의 지배구조 변화에 중요한 변곡점”이라며 “이 회장의 세 자녀들이 삼성SDS 지분을 매각해 그룹 내 지배력 확대를 위해 다른 것들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도 “이 부회장 3남매가 구주매출을 통해 지분가치를 현금화하거나 지분 맞교환을 추진할 경우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 지배구조상 핵심적인 기업에 대한 경영권 및 호텔신라, 제일기획과 같이 지배구조가 취약한 계열사에 대한 3세의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전했다.
특히 삼성SDS의 경우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전기 등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이 47.54%나 되기 때문에 이 회장 세 자녀가 모두 지분을 처분해도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사업조정·계열사 통폐합·지분 정리 등 그룹 재편 박차
지난해 9월 제일모직의 패션사업부문을 삼성에버랜드에 양도하면서 시작된 삼성그룹의 큰 변화는 이날 삼성SDS 상장 발표까지 8개월간 긴박하게 이어지고 있다. 내용도 계열사간 사업조정, 계열사간 통폐합, 지분 정리, 주요 보직 인사 등 다양한 형태가 이어지면서 포스트 이건희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평가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건재하지만 시간이 지체되면 삼성의 덩치가 더 커져 경영권 승계 작업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경영권 승계를 위한 각종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와 함께 올해 삼성그룹의 경영 키워드인 ‘마하 경영’의 효율적 실행을 위한 일련의 과정으로도 풀이된다.
삼성SDS의 경우 대기업의 시스템통합(SI) 계열사의 국내 공공기관 입찰 참여가 제한되면서 해외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삼성SDS가 발표한 대로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할뿐만 아니라 글로벌 수준에 맞는 인력, 기술, 인프라가 필요하기 때문에 상장을 통해 재원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SDS의 상장을 경영권 승계의 과정으로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지나치다”면서 “삼성SDS가 사세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상장을 통한 재원 확보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