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도 넘으면, 많이 걸으면 우대금리…적금 마케팅 눈길
by김유성 기자
2021.08.11 14:55:43
은행 적금, 저금리에 재태크 경쟁력↓
각 은행들 마케팅 동원 적금 수신액 유치
유머·ESG랑 결합해 우대금리 주기도
금리 상승기 맞아 다시금 몰릴 수도 기대↑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DGB대구은행은 ‘대프리카 예적금’ 상품을 한정 판매해 쏠쏠한 실적을 냈다. 적금 기준 총 1만6000계좌, 금액으로는 1900억원어치였다. 평소 비슷한 금리대 적금 상품과 비교하면 1.5배 규모다.
이 상품은 대구와 아프리카를 합친 신조어 ‘대프리카’에서 나왔다. 대구은행은 기온이 섭씨 38도 이상을 넘거나 열대야 날짜 수를 맞추면 우대금리를 준다고 소개했다. 수익률만 놓고 봤을 때는 주식 등 다른 재테크 자산보다 경쟁력이 떨어지지만, 지역 특성을 살린 유머코드를 끼워 넣어 예상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대구은행은 하고 있다.
서민·사회초년생들의 주요 자산 증식 수단이지만 낮은 금리로 외면받았던 적금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금리 상승 흐름으로 적금 잔액이 늘었고 각 은행들도 여러 마케팅을 동원한 적금 상품을 내놓고 있다.
11일 NH농협은행은 독도를 주제로 한 적금 상품을 출시했다. 기본 금리는 0.5%지만 미션을 완료하면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최대 1.8% 금리까지 적용된다. 이 상품은 ‘디지털 독도 걷기 대회’를 주제로 했다. 이달 11일부터 10월 9일까지 서울과 독도까지 거리인 420km(약 60만보)를 걸으면 우대금리를 주는 식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창립 60주년을 기념한 ESG 신상품”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미혼모 단체에 기부하는 적금을, BNK경남은행도 적금 계좌당 1000원을 지역 취약계층에 기부하는 적금을 출시했다. 적금 가입도 하면서 사회적 기부도 하는 상품이다.
IBK기업은행은 OTT(over the top, 셋톱박스 없는 온라인TV) 서비스와 제휴해 최고 연 5%의 금리를 제공했고, 카카오뱅크는 적금을 납입하면 해피포인트를 주는 상품을 출시했다. 신한은행이나 KB국민은행도 자사 계열사 신용카드를 쓰면 적금 금리 우대를 해주기도 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에게 적금은 유용한 수신 수단이지만, 저금리 상황에 재테크 상품으로써 경쟁력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리만으로는 가입자 유치가 어려워 타 상품과 연계를 하거나, 사회적 기부 등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적금을 통한 은행 수신은 꾸준히 감소해왔다. 2020년 12월 5대은행의 적금 잔액은 41조3210억원이었지만 지난 7월말 기준 35조3625억원으로 5조9585억원(14.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정기예금 잔액은 514조926억원에서 624조1274억원으로 110조348억원 증가했다.
그나마 지난 6월부터 예·적금 금리가 소폭 상승하면서 5대 은행의 적금 잔액이 2개월 연속 증가 추세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나오면서 시장금리가 오르던 시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더 많은 예·적금 수요가 몰릴 것”이라면서 “이를 대비한 은행들의 상품도 많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