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1Q 어닝시즌]<下>에너지·산업재 `쨍쨍`, IT·소비재 `잿빛`

by이재호 기자
2016.04.06 16:23:45

미리보는 국내증시 1분기 어닝시즌
에너지업종 실적호조 지속…산업재 약진
IT-소비재업종, 경기침체에 `우울`

[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올해 증시 흐름과 기업들의 실적 추이를 전망해 볼 수 있는 1분기 어닝 시즌이 개막했다. 시가총액 상위 기업 중 SK이노베이션(096770)과 롯데케미칼(011170), 현대건설(000720), 한국항공우주(047810) 등은 시장 기대에 부응하는 성적표가 기대된다. 반면 SK하이닉스(000660)와 현대차(005380), KT&G(033780) 등은 실적 개선 여부가 불투명하다. 1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보다 부진했던 삼성전자(005930)는 `갤럭시S7`의 흥행이 절실하다.

6일 시총 50대 기업의 1분기 실적 추정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실적 개선폭이 가장 큰 업종은 정유 3사로 대표되는 에너지 업종이다. 에너지 업종의 1분기 매출액은 15조875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7.33%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조2879억원으로 70.06% 급증했다. 석유제품의 가격 하락으로 매출은 감소했지만 마진과 수요 확대로 이익은 되려 늘어난 구조다. SK이노베이션과 GS(078930)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80% 이상, S-OIL(010950)도 40%를 넘는다.

산업재 업종의 경우 1분기 영업이익이 1조1633억원으로 4343억원(59.57%) 증가했다. 건설과 조선이 침체기에서 벗어나 실적을 끌어올린 영향이다. 현대건설은 영업이익이 10% 이상 늘어났고 현대중공업(009540)도 흑자전환이 유력하다. 한국항공우주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63% 증가한 78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소재 업종의 1분기 영업이익은 2조41억원으로 12.36% 증가했지만 화학과 철강은 희비가 엇갈렸다. LG화학(051910)과 롯데케미칼은 이익이 크게 늘었지만 포스코(005490)와 현대제철(004020)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SK텔레콤(017670) 등 통신 3사는 1분기에도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분기에는 정유와 화학주 등이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면서도 “하반기부터 업황 등락이 시작될 가능성도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IT 업종의 1분기 매출액은 79조3487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은 6조9052억원으로 23.7% 급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분기에만 영업이익이 각각 4000억원과 9000억원 이상 감소했다.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LG디스플레이(034220)는 중국과 대만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밀려 13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신제품인 갤럭시 S7에 기대를 걸고 있다. 판매실적이 양호할 경우 2분기 이후 실적 반등이 가능하다. 하지만 SK하이닉스와 LG디스플레이는 뾰족한 타개책이 안 보이는 상황이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업체들은 비수기 진입과 수요 부진에 따른 가격 하락, 투자공백기 진입 등으로 영업환경이 악화돼 혼조세를 보일 것”이라며 “디스플레이 업체도 패널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경기소비재의 경우 업체별로 상황이 극과 극이다. 현대차와 기아차(000270), 현대모비스(012330) 등은 실적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반해 강원랜드(035250)와 롯데쇼핑(023530), 이마트(139480) 등 관광·쇼핑업체들은 3~4%대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필수소비재도 1분기에 3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둔 아모레퍼시픽(090430) 등 화장품 업체들은 경영 여건이 양호하지만 담배가격 인상의 후폭퐁에 시달리는 KT&G처럼 악재에 맞닥뜨린 업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