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정희 기자
2015.09.21 16:15:52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21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사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산은이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특히 대우조선이 대규모 손실을 대주주(31.5% 지분 보유)인 산은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부실 보고를 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날 정무위는 산은 뿐 아니라 기업은행, 예금보험공사의 합동 국정감사였으나 사실상 산은의 독무대로 꾸려졌다. 홍 산은 회장은 ‘언제 대우조선의 부실을 파악했느냐, 전혀 몰랐느냐’ 등 정무위원들의 칼날에 “대우조선에 해양플랜트 이상 여부를 수 차례 물었으나 그쪽에선 1조1000억원 손실을 선반영해 대규모 손실이 날 가능성이 없다는 보고만 지속적으로 받았다”고 밝혔다. 산은은 5월 27일만 해도 대우조선을 통해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받았으나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이 취임한 이후 6월 25일에서야 대규모 손실이 있음을 파악했다고 홍 회장은 설명했다.
문제는 정 사장은 5월 29일 사장에 취임하기 전인 그 달초부터 대우조선 업무 파악에 돌입했는데 그 과정에서 대규모 손실을 알아챈 것으로 드러났다. 김열중 대우조선 최고재무책임자(CFO) 역시 “11일부터 원가 절감을 위해 외부 전문가들에 (원가 분석을) 의뢰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고 말했다. 5월 11일 외부전문가들을 통해 원가 분석에 돌입하면서 대규모 손실이 추정됨에도 27일 산은에는 이런 사실이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단 얘기다. 다만 산은 측은 “5월 11일부터 원가 분석에 들어갔으나 6월 12일 손실 파악이 끝났고, 대우조선이 이달 20일경 산은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정무위원들은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남상태, 고재호 전 대우조선 사장 및 산은 출신 CFO에 대해 부실 파악 여부를 집중 추궁했으나 증인들은 ‘파악할 수 없었다. 기억이 안 난다’의 답변으로 일관했다. 박병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5월까지 재직한 고재호 전 사장을 향해 “제4차 정기 이사회 의사록을 보면 고 전 사장이 (해양플랜트 사업이) 예정기간보다 1년 정도 늦어지는데 이 금액이 2조5000억원이라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고 전 사장은 “기억이 안 난다. 제가 2조5000억원 적자라고 말한 것은 이해가 안 간다”고 대응했다. 3월까지 근무한 김갑중 전 CFO 역시 “대우조선의 손실을 예측하기 어려웠다”며 “역량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이 정치 논리에 휘둘려 대주주인 산은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단 지적도 나왔다. 박 의원은 “남상태 사장 재직 시절 이창하홈과 사업 추진 당시 산은에선 사업 추진이 적당하지 않다고 했는데도 사업을 강행했다”며 “대주주의 말은 안 듣고 정치권 얘기대로 제 멋대로 했다. 산은에 대주주 책임론을 물으려면 사전 임명권을 줘야 하는데 사외이사도 제대로 임명을 못하면서 어떻게 (대우조선을) 견제하느냐”고 밝혔다.
산은에도 질타가 쏟아졌다. 홍 회장이 “대우조선에 CFO를 파견했지만 복잡한 해양 플랜트 사업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해 정우택 정무위원장은 “산은이 한계를 느꼈다고 하면 국민들이 공감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산은이) 대우조선의 부실을 몰랐으면 무능한 것이고, 알았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홍 회장은 “대우조선의 1차적인 책임은 대우조선 자체에 있고, 관리 감독을 책임지는 산은에도 책임이 있다”며 “대주주로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저를 포함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대우조선은 LNG선 등 특수선에 대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유상증자든 대출이든 다른 금융회사와 협업해 재무적으로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지적했다. 산은 등은 이달말까지 삼정회계법인을 통해 대우조선을 현장 실사한 후 재정 지원 등 경영 정상화 방안을 수립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