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전4기' 회사채 발행나선 대한항공…흥행 전망은 `먹구름`

by김기훈 기자
2015.08.12 14:54:39

18일 1500억~2000억원 규모 3년물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
작년 3차례 수요예측 모두 흥행 실패…이번에도 불확실
대규모 항공기 도입·한진해운 지원 부담 우려 여전

대한항공 유동성 관련 주요지표. 자료:한국기업평가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지난해 회사채 발행시장에서 기관투자가들로부터 냉대받았던 대한항공(003490)이 올해 처음으로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서면서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규모 항공기 도입 및 한진해운 지원에 따른 과중한 재무부담과 ‘땅콩회항’ 사태로 부각된 오너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여전해 전망은 밝지 않다.

12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1500억~2000억원 규모의 3년 만기 회사채 발행을 위해 KDB대우증권과 IBK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동부증권 등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18일 수요예측에 나선다. 공모채 발행으로는 지난해 11월 이후 9개월 만이다.

거듭된 흥행 실패와 비우호적인 환경 속에서 또다시 도전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2012년 이후 공모채 발행을 하지 않았던 대한항공은 지난해 6월(1000억원)과 9월(2000억원), 11월(1500억원) 등 세 차례나 수요예측에 나섰지만 모두 미달 사태를 빚었다. 총 4500억원이 넘는 모집금액 중 기관들의 신청금액은 2000억원 남짓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당시 기관들은 저가 항공사 급성장과 여객·화물 수요 감소 등으로 사업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가뜩이나 넉넉치 못한 형편에 그룹 계열사인 한진해운 지원에 나서면서 재무부담이 더 커졌다는 점도 우려였다. 대한항공은 2013년 10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한진해운에 2500억원을 대여해준 데 이어 지난해 6월에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4000억원을 지원하면서 최대주주에 올라 사실상 한몸이 됐다.

이번 발행도 상황이 녹록치 않다. 당장 재무구조 악화로 인한 신용등급 추가 강등 우려가 여전하다. 현재 대한항공의 장기신용등급은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가 ‘A-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고 한국신용평가만 ‘A-안정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크레디트업계는 유가 급락과 화물부문 회복세 등으로 실적이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항공기 도입 관련 대규모 투자지출이 계속되면서 차입금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데다 사업 다각화를 위한 지분 투자로 재무부담 완화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해운시황 불확실성으로 한진해운 수익과 현금흐름 변동성이 여전히 높다는 점도 부담이다. 또 땅콩회항 사태 이후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오너 리스크도 악재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의 지난 3월말 기준 부채비율은 786.9%, 총차입금의존도는 66.1%로 재무부담이 크다”며 “이런 와중에 지난 6월 약 13조원 수준의 항공기 도입 계획을 발표하는 등 설비투자를 지속하고 있어 단기간내 실질적 차입금 감소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한항공 회사채 발행을 담당하는 한 주관사 관계자는 “기관들 사이에 등급 강등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행여 미매각 물량이 발생할 경우 리테일(소매) 판매로 소화시킬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