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렬했던 공정위 전원회의…"단통법 집행, 담합아냐" 방통위 반박

by임유경 기자
2025.03.12 12:00:39

번호이동 순증감 수 조정 행위 담합으로 본 공정위
방통위 10년간 시장 안정화 정책 부정한 꼴
"방통위국장 울분 토해" 전언
공정위 "방통위 행정지도 넘어선 부분만 제재"
이통3사 "모든 행위 방통위 법집행 따른 것"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동통신 3사의 번호이동 순증감 수 조정 행위를 담합으로 판단하자 방송통신위원회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정위가 담합이라 문제 삼은 행위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에 근거한 방통위 지시로 이뤄진 것이라서다. 법원 재판에 해당하는 공정위 전원회의에선 방통위 공무원들이 지난 10년간 집행해 온 통신 시장 환경 개선과 소비자 보호 정책이 ‘담합 동조’ 행위로 폄훼된 데 대해 울분을 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12일 방통위 안팎에 따르면 지난달 26일과 지난 5일 이통3사의 담합 의혹에 대한 공정위의 두 차례 전원회의에는 방통위 천지현 시장조사심의관과 조주연 조사기획총괄과장이 참석해 이통3사의 순증감 수 조정은 담합이 아니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사진=연합뉴스)


공정위는 이통 3사가 2015년 11월부터 2022년 9월까지 번호이동 순증감 수가 특정 사업자에게 편중되지 않도록 상호 조정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한 행위를 문제삼고 있다. 이통 3사는 방통위의 부당한 이용자 차별 방지 정책에 따라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와 시장상황반을 운영하며 매일 한 장소에 모여 순증감 수치를 공유하고, 특정 사업자의 순증가 또는 순감소가 두드러지면 상호 간의 협의를 통해 판매장려금을 인상 또는 인하하는 방식으로 번호이동 순증감 건수 조정 합의를 실행했다.

이에 대해 이통 3사는 번호이동 순증감 수 공유와 상황반 운영이 방통위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통위가 번호이동 순증감 조정을 지시한 증거도 제출했지만 공정위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는 단통법에 근거한 정당한 법 집행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가 단통법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방통위와 이통 3사, KAIT가 담합에 동조했다고 주장하자 천지현 방통위 국장이 크게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는 전언이다.



한 전원회의 참석자는 “공정위가 지난 10년간 방통위의 통신 시장 안정화 및 소비자 혜택 확대 정책을 부정하는 주장을 펼치니 방통위 공무원들이 울분을 토하더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방통위 공무원들은 당시 소수의 소비자에게만 단말기 할인 혜택이 몰려 제돈주고 사는 소비자들은 일명 ‘호갱’이 되는 문제가 심각해 이를 막기 위해 단통법이 시행됐고 실제 시장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실제 방통위는 단통법 시행 이후 경쟁과열 및 과도한 장려금 지급행위를 이유로 총 12번의 제재를 통해 15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적극적인 법집행에 나섰다.

다만 방통위는 공정위의 이통3사 담합 제재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기로 했다. 부처 간 갈등이 표면화되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최종적으로 이통3사에 총 114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방통위 의견을 충분히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조사 과정에서 7번에 걸쳐 방통위가 실무협의를 진행했고, 방통위가 낸 의견은 합의과정에 충실히 반영돼 결정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단통법 위반으로 방통위가 과징금 처분을 내렸는데 단통법 준수를 이유로 공정위가 또 과징금을 매기는 것이 이중규제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선 “방통위는 과도하게 차별적인 장려금 지급행위에 대해 제재했고, (공정위가 담합으로 본 것은) 이통3사가 방통위 행정지도를 벗어나 번호이동 순증감 건수를 조정·합의한 부분”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통3사는 공정위 제재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분위기다. 방통위 지시는 단순 행정지도가 아닌 강력한 법집행이었으며, 번호이동 순증감 건수 조정도 방통위 법집행에 따른 것이었다며 원천적으로 담합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