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해상운임 고공행진 전망에…업종별 희비 교차
by김성진 기자
2024.12.24 14:12:33
KITA 글로벌 해상운임 전망 설문조사
74.4%, 운임 상승 혹은 유지 예상
해운사 HMM 연간 3조 영업익 기대
석화·차부품·철강 등 수출업체 고심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해상운임이 고공행진할 것으로 전망되며 업종별 희비가 교차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로 물량을 실어 나르는 해운업체들은 실적 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석유화학·자동차부품·철강 등 수출업체들은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한국무역협회(KITA)가 조사한 ‘2025년 글로벌 해상운임 전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화주·선사·포워더로 구성된 응답자의 74.4%가 내년도 해상운임이 상승(39.8%)하거나 현 수준을 유지(34.6%)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운임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 응답은 23.6%로 집계됐다.
| 부산항 신선대·감만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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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임 상승을 전망하는 주요 요인으로는 △중동사태 장기화(21.9%) △글로벌 선사의 선복 공급조절(21.8%) △중국발 밀어내기 물량 증가(14.2%) 등이 꼽혔다. 무협은 “중동사태 이후 글로벌 선사들이 수에즈운하 대신 희망봉을 우회하면서 실질 선복량이 감소하고 병목 현상이 발생해 운임 상승 압력이 커질 것으로 분석됐다”고 전했다.
미국이 대중국 관세인상 조치를 취할 경우 중국의 밀어내기 물량이 급증하면서 단기간 내 해상운임이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5월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산 전략 품목에 대한 관세인상을 발표한 이후 같은 달 10일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306p에서 두달 후인 5일 7월 5일 기준 3733p로 약 62% 급등한 바 있다.
해상운임 고공행진이 내년에도 이어질 경우 해운업체들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호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대표 해운업체 HMM은 올해 연간 3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도 5800억원 대비 5배 넘게 증가한 실적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환율 상승, 유가 하향 안정 등 우호적인 외부환경 덕분에 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더 좋게 나올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반면 바닷길을 이용해 제품을 수출하는 석유화학, 자동차 및 부품, 철강 등 주요 수출기업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요 품목들의 수출은 대부분 해상운송으로 이뤄지고 있다. 올 3월 기준 석유제품(100%), 자동차(99.94%), 철강판(99.86%), 합성수지(99.35%), 자동차부품(96.55%) 등은 사실상 수출 전량을 해상운송에만 의지하는 상황이다. 특히 타이어 수출업체들의 경우 지난 3분기 영업실적이 2분기 대비 다소 악화한 것에 대한 주요 이유로 해상운임비 상승을 꼽았을 정도다. 다만 업체별로 다양한 조건들로 계약을 체결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견·중소기업들에는 단기 해상운임 폭등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대기업들에 비해 중소기업들은 계약 협상력이 뒤처지고 물류대란 발생 시 선박 구하기가 더 어려울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