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매각 난항’ 한온시스템…변수로 떠오른 기업결합심사

by허지은 기자
2024.08.26 18:25:36

유럽 승인 얻었지만 美·中·印泥 등 남아
대한항공-아시아나, 최종 승인에 3년 소요
이사회도 인수 갸우뚱…‘승자의 저주’ 우려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한국타이어의 한온시스템(018880) 인수 본계약 체결이 지연되는 가운데 해외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승인이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양사 합병에 대한 유럽연합(EU)의 승인을 얻긴 했지만, 미국과 중국 등 경쟁 당국의 승인에 추가적인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여기에 한국타이어 내부에서도 인수 반대 여론이 형성되면서 계약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사진=한온시스템)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한국타이어가 한온시스템을 단독으로 인수하는 행위를 승인한다고 지난 7일(현지시간) 밝혔다. 지난달 12일 한국타이어와 한온시스템 인수합병(M&A) 신고서가 접수된 지 약 한 달여 만이다.

EU 집행위는 한국타이어의 한온시스템 합병이 유럽 내부 시장·유럽경제지역(EEA) 협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EU 집행위는 “해당 기업이 동일하거나 수직적으로 관련된 시장에서 활동하지 않는 점을 고려해 고시된 신고된 거래가 경쟁 부문에서 우려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결론내렸다”라고 밝혔다.

기업 간의 M&A에서는 역외적용조항에 따라 해외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승인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 합병 주체가 한국 기업이더라도 특정 국가가 합병에 따른 영향을 받게 될 경우 그 나라의 국내법을 적용해 기업결합심사를 받아야 한다. 해외 기업의 합병에 대해 한국도 같은 규칙을 적용한다. 합병을 앞둔 기업은 경쟁 당국에 미리 신고해야 하고, 사전심사를 통해 경젱 제한 요소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기업결합이 승인되는 식이다.

유럽은 한국타이어와 한온시스템의 해외 공장이 밀집된 지역이다. 한온시스템은 전 세계 51개 생산 거점을 운영 중인데, 이 중 11개가 유럽에 위치해 있다. 한국타이어 역시 올해 1분기 전체 매출의 40%를 유럽 시장에서 낼 만큼 유럽이 최대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양사 합병에 앞서 유럽 경쟁당국의 승인을 최우선으로 진행한 이유다.



문제는 양사 합병을 위한 기업결합심사가 추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타이어는 미국, 중국, 인도네시아 지역에서 해외 공장을 운영 중이고, 한온시스템 역시 유럽과 미국, 한국 등에 권역별 이노베이션 센터와 미국, 중국, 일본, 인도 등에서 50개가 넘는 해외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유럽의 기업결합승인을 얻긴 했지만 미국과 중국 등에서 추가 승인이 필요할 전망이다.

이렇게 된다면 본계약 체결이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2021년 터키, 대만,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의 승인을 얻었고 △2022년 한국, 싱가포르, 호주, 중국 △2023년 영국 △올해 일본과 EU의 승인을 얻어 현재 미국의 심사 승인만을 남기고 있다. 최초 논의부터 3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 셈이다.

한국타이어 이사회 내에서도 인수 반대 기류가 생기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한국타이어는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한온시스템 지분 1억 3345만주를 주당 1만 250원에, 유상증자로 발행한 신주는 주당 5605원에 취득하며 총 1조 733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인수 발표 이후 한온시스템 주가가 5600원대에서 4000원대까지 떨어지며 이사회 측에서도 인수 가격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한앤컴퍼니가 한국타이어와 협상을 이어오고 있지만 본계약 체결에 앞서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어려운 문제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