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 2분기 호실적…불어난 미수금에 웃진 못해

by김형욱 기자
2024.08.09 18:10:47

2Q 영업익 4657억…전년비 127% 상승
유가 하락·수요 감소로 매출 줄었으나,
원료비 손익 등 일시 감소요인 사라져
민수용 미수금 13.7조로 0.2조 또 늘어
“8월 요금 인상에도 여전히 원가 이하”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한국가스공사(036460)가 지난 2분기에 전년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약 47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그러나 실제론 받지 못한 민수 도시가스용 미수금은 6월 말 기준 13조7000억원으로 3개월 새 2000억원 이상 늘며 가스공사의 실질 재무 부담을 키웠다.

한국가스공사 대구 본사 전경. (사진=가스공사)
가스공사는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127.1% 늘어난 4657억원을 기록했다고 9일 밝혔다. 매출액은 7조4898억원으로 전년대비 7.8% 줄었으나 영업익이 늘었고, 이에 힘입어 영업 외 손익을 반영한 당기순이익(2533억원)도 전년대비 흑자 전환했다.

상반기 누적으로도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영업이익(1조3873억원)이 74.9% 늘었고, 당기순이익(6602억원) 역시 지난해 727억원 대비 9배 이상(808.4%)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일시적으로 발생했던 부정적 요인들이 사라진 데 따른 실적 개선이란 게 가스공사의 설명이다. 가스공사는 원료인 천연가스를 도입(수입)해 발전·난방용으로 공급하는 과정에서 국내 공급가를 연료비에 연동해 정하고, 1년에 한 번씩 이를 조정해 해당 분기 손익에 반영하는데, 올해는 지난해 대비 조정에 따른 손실이 2546억원 적었고, 이는 고스란히 2분기 영업익 증가에 반영됐다.

매출액은 큰 폭 줄었다. 상반기 누계 20조3005억원으로 전년대비 22.1% 감소했다. 가스 국내 판매단가를 결정짓는 국제 천연가스 시세가 내리면서, 국내 판매단가 역시 상반기 기준 전년대비 22.1%(24.66→19.22원/MJ) 내렸다. 판매물량 역시 발전사의 천연가스 직수입 물량 확대로 1.0%(1846만→1828만t) 감소했다. 도시가스용 가스 판매량은 4.7%(998만→1045만t) 늘어난 반면, 발전사 직수입이 가능한 발전용 가스 판매량은 7.7%(848만→783만t) 감소했다.

상반기 호실적에도 가스공사의 실질적인 경영환경이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민수 도시가스용 미수금은 3월 말 13조5491억원에서 6월 말 13조7496억원으로 오히려 3개월 새 2005억원 늘었기 때문이다. 이는 회계상으론 가스공사의 수익으로 잡히지만, 실제론 받지 못한 돈 언제 회수할지 장담할 수 없다.



국내 천연가스 보급을 맡은 공기업 가스공사는 매년 약 4000만t의 천연가스를 도입해 원가를 반영한 가격에 국내에 공급하는데, 전체 물량의 약 절반에 이르는 민수 도시가스용 가스는 정부가 정한 도시가스 요금에서 못 미치는 차액만큼을 받지 못한 채 ‘미수금’으로 남겨두고 추후 요금 인상 등을 통해 회수해야 한다.

전체 공급물량의 절반인 발전용은 대부분은 전력 공기업인 한국전력(015760)공사가 제값을 내고 사지만, 나머지 절반은 정부 정책에 따라 ‘외상’이 되는 셈이다.

가스공사의 민수용 미수금은 지난 2021년 말까지만 해도 1조7656억원에 불과했으나, 이듬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에 따른 국제 천연가스 시세 급등 여파로 2022년 말 8조5856억원, 2023년 말 13조110억원으로 불어난 상태다. 2008년 국제 에너지값 급등 때 쌓였던 미수금이 5조원을 해소하는 데 5년이 걸렸다는 걸 고려하면 가스공사는 앞으로 10년 이상 미수금 증가에 따른 부담을 이자를 감수한 차입 등을 통해 감당해야 할 수 있다.

정부도 이달(8월) 주택용 도시가스 도매가를 6.8% 인상(서울 4인가구 기준 월평균 3770원↑)하는 등 미수금 해소 노력을 하고 있으나, 여전히 원가 대비 낮은 수준이란 게 가스공사의 설명이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올 상반기 영업실적은 지난해의 일회성 비용 해소로 정상화했으나, 8월 요금 인상에도 (실질적인) 민수 도시가스 공급가는 여전히 원가에 못 미쳐 미수금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6월 말 기준 가스공사의 재무상태는 작년 말 대비 소폭 개선한 모습이다. 천연가스 도입 물량이 줄어들면서 누적 차입금(37조5276억원)이 반년새 1조4994억원 줄었고, 이에 따라 부채(44조4794억원) 역시 2조9493억원 감소했다. 이에 따라 상반기 기준 이자 비용도 전년대비 556억원 감소했다.

가스공사는 판매관리비를 약 10% 줄이는 등 자구 노력을 이어가고 있고, 최근 천연가스 국제시세 하락으로 수익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해외 5개 가스전에서 분기당 2000억원 전후의 이익을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