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예상했던 것”…반짝 반등 그친 중국 증시

by이명철 기자
2023.08.30 17:07:40

모기지 금리 인하에도 소폭 하락, 오히려 은행株↓
인지세 인하 등 주가 부양책에도 상승세 못이어가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중국 주요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중국 정부 차원의 인지세 인하 등 주가 부양책이 투자심리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바닥을 치는 모습이었지만 이날 중국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 소식에 은행주 중심으로 상승폭을 반납했다. 중국 경제 위기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가운데 변동장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


30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3137.14로 전일대비 0.04% 상승하며 거래를 마쳤다.

지난 25일 연중 최저치인 3064.07을 기록한 후 이번주 들어 3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다만 상승폭은 크게 줄었다. 이날도 장중 3144선까지 올랐다가 결국 소폭 상승세로 장을 마감했다.

홍콩 항셍지수(HSCI)도 이날 1%대 상승폭을 나타내다가 오후 3시 43분(현지시간) 현재 0.1%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대표 벤치마크 지수인 SCI 300은 전날보다 0.04% 떨어진 3788.51에 장을 마쳤다.

최근 중국 증시가 일시적이나마 상승 기미를 보인 이유는 중국 정부의 증시 활성화 조치 때문이다.

중국 증권감독위원회(CSRS)는 지난 28일부터 증권 거래 때 붙는 인지세율을 기존 0.1%에서 0.05%로 50% 인하했다. 인지세 인하는 사실상 주식을 사고 팔 때 수수료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또 중국의 기업공개(IPO) 절차를 강화하고 상장사 자사주 매각 제한, 주식 신용 매수 보증금 최저 비율 조정 등의 조치도 함께 발표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증권거래 인지세 수입은 2759억위안(약 50조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1~7월에만 1280억위안(약 23조2000억원)이 걷힐 만큼 비중이 큰 항목이다.



신화통신은 인하세율을 인하한 첫날인 28일 중국 증시에서 상승한 종목이 더 많았고 상하이·선전거래소 거래액이 1조1000억위안(약 199조6000억원)을 넘는 등 이번 조치가 시장에 긍정적 효과를 줬다고 평가했다.

둥우증권의 금융업종 수석 애널리스트인 후샹은 신화통신은 “이번 정책은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에 부응한 조치로 시장 신뢰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자본시장 투자·융자·거래 단계에서 높은 수준의 개혁이 지속 추진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신들은 여전히 중국 증시에 의문을 품고 있다. 대대적인 주가 부양책에도 주가 상승폭이 크지 않았다가 오히려 하락 전환했고 외국인들의 순매도는 계속되고 있어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중국 증시를 두고 국내 최대 은행들이 금리 인하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에 경제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면서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번주 중국 대형 국영은행들이 38조6000억위안(약 6995조원) 규모 미상환 주담대 금리를 낮출 예정이다. 금리를 낮춰 침체를 겪는 부동산 시장을 일으키자는 취지에서다.

대출·예금금리가 낮아지게 되면 은행 입장에서는 마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에 이날 중국 증시에서도 은행주들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금리 인하 소식에도 증시가 조용한 이유에 대해 단기적인 시장 심리 개선에 대한 기대보다는 중국 경제 둔화에 대한 우려가 더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포시드바 아시아의 윌러 첸 수석 분석가는 블룸버그에 “모기지 금리 인하 소식은 시장에서 충분히 예상했고 이미 가격에 반영됐다”며 “추가 정책이 발표될 때까지 이번주 중국 증시는 불안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