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과태료 무서워서 마스크 쓰나요?"…마스크 의무화 첫날 '적발 0명'

by이용성 기자
2020.11.13 15:31:41

13일부터 마스크 착용 의무화…적발시 과태료
서울시 "단속 목적이기 보단 마스크 착용 인식 강화돼야"
거리두기 단계 격상시 혼란 우려도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마스크 착용 의무화 캠페인 중입니다. 마스크 받아가세요”

마스크 착용 의무화 첫날. 서울 지하철 광화문 5호선 개찰구 앞은 마스크 착용을 독려하는 구호로 가득 메워졌다. 서울시·서울교통공사 등 관계자는 이날 서울 지하철 광화문 5호선 개찰구 앞에서 ‘마스크는 최고의 백신’·‘마스크 착용은 필수입니다’와 같은 글귀의 피켓과 현수막을 들어 올리며 출근하는 시민에게 마스크를 무료로 나눠줬다. 출근길로 바쁜 탓에 시민들은 마스크를 건네는 손을 스치듯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일부는 전단지를 받듯 마스크를 받아갔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시행된 13일 오전 서울 5호선 광화문역사 내에서 서울시 공무원과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이 마스크 착용 캠페인을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방역당국은 13일부터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실시했다. 이에 따라 중점·일반관리 시설과 대중교통, 의료기관 등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을시 최대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단속 첫날 모든 시민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 마스크 단속 직원이 ‘마스크 착용 의무화 행정명령 위반 확인서’를 꺼낼만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8시 광화문역을 지나는 모든 시민이 마스크를 코까지 올리고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오후 2시 기준으로 서울시에 보고된 마스크 미착용 적발 사례는 0건이다.

시민 모두가 마스크 착용 ‘권고’에 대해서는 환영했지만,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처벌’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출근하던 박모(36)씨는 “요새 마스크를 다들 잘 착용하지 않느냐 과태료 부과해도 상관없다”며 “코로나가 무서워서 쓰는 것이지 과태료가 무서워서 쓰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직장인 A(26)씨는 “서로를 위한 것이니, 지켜야 하는 것은 다 같이 잘 지켜줘야 하는 차원에서 제재해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광화문역을 지나가던 60대 B씨는 서울시청 직원과 취재진을 향해 “정부가 잘못해놓고, 국민에게 마스크 안 쓰면 벌금을 매긴다는 게 말이 되냐”며 고함을 지르고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직장인 이모(47)씨는 “과태료는 정부가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에서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하는 시설 및 장소는 △유흥주점 △콜라텍 △단란주점 △감성주점 △헌팅포차 △노래연습장 △실내스탠딩공연장 △식당·카페 △방문판매 등 중점관리시설 9곳, △결혼식장 △공연장 △놀이공원 △영화관 △목욕장업 △실내체육시설 △장례식장 △PC방 △학원 △오락실 △독서실 △스터디 카페 △직업훈련기관 △미용업 등 일반관리시설 14곳, △대중교통 △집회 및 시위장 △의료기관 △요양시설 △주간보호시설 △실내스포츠경기장 △콜센터 △유통물류센터 등 기타 시설 8곳이다.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았다고 곧장 과태료를 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1차적으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이에 불응할 시에 과태료 부과를 할 수 있다. 기저질환 등이 있어 마스크를 착용하지 못하는 경우 기타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선 10일 이내 이의 신청도 제기할 수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시설 관리자에게도 마스크 착용 의무가 부과된다. 시설관리자는 시설 이용자에게 마스크 착용 의무 등 방역지침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을시 일차적으로 최대 150만원, 2차 이상 위반 시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이용객들의 일탈에 대해선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황동연 서울시 안전지원팀장은 “시설 관리자는 출입명부 작성, 마스크 착용 출입 등 기존의 방역수칙을 그대로 준수하면 그 의무를 다한 것”이라며 “만약 안내를 했음에도 이용객이 마스크를 쓰지 않아 적발될 시 책임은 시설관리자가 아닌 이용객에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했을시 단속 기준이 높아지고, 단속 범위가 넓어져 단속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거리두기 1단계에서는 중점·일반관리시설·대중교통 등에서만 의무화가 적용되지만 2단계로 격상 시 실내 전체와 위험도가 높은 실외 활동에 대해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적용된다. 2.5단계와 3단계부터는 2m 이상 거리 유지가 되지 않는 실외도 포함된다.

단속인원은 한정적인데 범위만 넓어지는 셈이라 ‘방역 사각지대’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는 단속인원과 활동 등은 1단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단속 인원 확충하는 방안은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할 때 그에 따라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방역당국은 과태료 부과가 목적이 아닌 마스크 착용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용우 서울시 안전총괄 재난지원과장은 “단속과 처벌이 목적이 아닌 타인을 감염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과태료 부과를 함으로써 마스크를 꼭 착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최근 신규 확진자 수가 6일 연속 세자릿수를 기록하는 상황을 두고, 방역에 경고등이 켜졌다며 거리두기 단계 격상 카드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신규 확진자 수는 192명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