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연 "사법부, 법대 위에서 사람들 내려다봐와"

by노희준 기자
2019.01.11 14:58:11

법원행정처장 취임사...사법부 통렬한 반성 촉구

조재연 신임 법원행정처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신임 법원행정처장에 취임한 조재연(62·사법연수원 12기) 대법관이 11일 “우리는 법대 위에서 사람들을 내려다봐왔다”며 통렬한 반성을 촉구했다.

조 대법관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지난날 사법부가 사회변화와 시대정신에 둔감했던 것은 아닌지 진지한 반성과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장은 재판은 하지 않고 법원 인사·예산을 총괄하는 자리로 대법관 가운데 한 명이 맡으며 임기는 정해진 게 없지만 관례에 따라 2년으로 하고 있다.

앞서 전임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3일 “법관은 재판할 때가 가장 평온하고 기쁘다”며 사의 의사를 표하고 지난 10일 물러났다.

조 대법관은 “사법부는 더 개방적이 되고 더 미래지향적으로 혁신해야 한다”며 “몸은 법대 위에 있어도 마음은 법대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태와 관련 “지난 시절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잘못에 대해 과연 진정으로 통렬한 자기반성과 성찰을 했느냐”며 질문을 던졌다.

이어 “오랜 세월 사법부의 닫힌 성 안에 안주해 사회변화와 시대정신을 외면해 왔던 것은 아니냐”며 “개인의 성향과 법관의 양심을 혼동하거나 국민의 인권보호를 위해 부여된 법관의 독립을 특권으로 인식하며 기댄 적은 없느냐”고 질문했다.

조 대법관은 법원행정처의 당면한 중요 과제로 △사법행정개혁 방안 △ 사법부 구성원의 소통과 치유 △ 사법제도 개선 문제를 제시했다.

그는 사법부 구성원의 소통과 치유 문제를 두고 “지금 일련의 일로 법관들과 법원 가족들이 받은 마음의 상처는 너무도 깊다”며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의견을 모으고 화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법제도 개선 문제에 대해서는 “법관들이 오로지 재판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에 목표를 둬야 한다”며 “사법부 내·외부를 망라하여 지혜와 중지를 모으고 국민들의 참여를 통해 공감과 지지를 얻는 방법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