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렸다, 반기문!"…정치테마株 `묻지마 랠리` 재연

by송이라 기자
2016.05.26 15:50:16

성문전자·지엔코 등 반기문株 상한가
與 유력주자 김무성株는 일제히 하락
"정치테마주, 한 방에 무너질 수 있어…투자유의"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한국을 찾은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이 대선 출마를 강력히 시사하면서 주춤했던 테마주(株)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모멘텀과 주도주가 실종된 장세에서 정치테마주로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정작 실체가 없는 정치테마주에 대한 투자는 자칫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26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주식시장이 약보합권에 맴돈 가운데서도 반기문 테마주로 분류된 종목들은 일제히 급등했다. 대표이사가 반 총장의 외조카로 알려진 지엔코(065060)와 반 총장과 막역한 관계인 임원이 속해있다는 성문전자(014910), 남북경협주인 재영솔루텍(049630)은 상한가로 치솟았다. 이날 상한가를 기록한 4개 종목 중 3개가 반기문 테마주였다. 또 반 총장 동생 반기호씨가 부회장으로 있는 보성파워텍(006910)(13.96%)과 반 부회장이 사외이사로 있는 광림(014200)(9.76%), 광림이 최대주주인 쌍방울(102280)(7.84%), 한창(005110)(6.67%), 일야(058450)(7.32%), 씨씨에스(066790)(9.95%) 등도 일제히 급등했다.

반기문 테마주 급등은 방한한 반 총장이 대권 도전을 염두에두고 있는 발언을 내놓으면서다. 반 총장은 전날 제주 서귀포시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행사에 참석해 대권 도전에 관한 질문을 받자 “내년 1월1일이면 유엔 여권이 가진 사람이 아닌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를 그 때 결심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지난해 “나를 대선 주자 여론조사 대상에서 빼달라”고 말할 때와 사뭇 다른 태도로 받아들여지면서 관련주 급등으로 이어진 것이다.

반면 여권내 유력 대권주자였던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연관있는 테마주들은 일제히 하락했다. 반 총장이 사실상 차기 대권 도전을 시사하면서 김 전 대표의 입지가 크게 위축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김 전 대표 부친이 설립한 회사인 전방(000950)은 전날보다 13.87% 급락했고 대표가 김 전 대표와 고교·대학 동문이라는 이유로 김무성 테마주로 분류된 체시스(033250)도 6%대 낙폭을 보였다. 이밖에 엔케이(085310)(-8.6%)와 디지틀조선(033130)(-7.68%) 등도 약세를 보였다.



정치테마주 대부분은 해당 정치인과 학연이나 지연 등으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별다른 관련성이 없는 경우가 많다. 최근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드러내놓고 “테마주는 다 사기”라고 말할 정도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의 문화가 자신의 정치성향을 공개적으로 밝힐 수 있는 미국이나 여타 선진국과 다른데서 오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센터장은 “선진국에도 정치테마주는 존재하지만 한국 증시에 유난히 묻지마식 투자가 많다”며 “자신의 정치색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공개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할 수 있는 미국과 달리 우리는 정치에 관한 개인적 발언이 금기시되고 정보가 거의 없어 실체가 없는 정치테마주로 관심이 쏠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특별한 모멘텀 없는 장세가 지속되는 점이 정치테마주로 몰리는 또 다른 이유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리려는 묻지마식(式) 투자는 큰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실체가 없는 만큼 단기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양 센터장은 “정치테마주는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주가는 결국 제자리로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10번을 투자해서 9번을 수익을 올렸어도 한 번에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비정상적인 거래에 함부로 뛰어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