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韓 ETF]①기관참여 막는 애매한 규제…나홀로 정체
by송이라 기자
2015.09.07 17:40:49
2014년 이후 성장세 '제자리걸음'…글로벌 흐름에 반대
기관자금 유입 안 돼…'주식이냐 펀드냐' 명확한 기준 없어
국민연금, ETF에 한푼도 투자안해..금융위 "ETF 규제 완화"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ETF는 ‘21세기 최고의 금융상품’으로 불린다. 코스피200과 같은 특정지수의 가격 움직임을 따라가는 펀드지만, 일반 주식처럼 주식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다. 주식의 편리함과 펀드 안정성을 모아놓았다.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ETF는 급성장을 거듭했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20%씩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ETF의 순자산 규모는 올해 상반기 2조8280억달러(약 3407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한국은 예외다. 2014년 이후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4년초 19조4000억원이던 순자산규모는 올해 초에는 19조6500억원으로 2500억원 증가하는데 그쳤고, 6월말엔 18조6200억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우리 증시는 2011년 이후 1800~2100선 사이에서 등락을 반복했다. 박스권 장세가 계속되면서 ETF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못했다.
하지만 제도적인 한계가 ETF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기관은 ETF를 과연 주식으로 볼 것이냐 펀드로 볼 것이냐에 대한 해석이 제각각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주식형 펀드의 경우 주식비중을 60% 이상으로 가져가야 하는데, ETF는 주식 성격을 갖고 있음에도 주식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주식형 펀드가 ETF를 적극적으로 담지 못하는 이유다.
채권형 펀드 역시 마찬가지다. 보유자산이 국고채를 기초자산으로 한 ETF만 채권 투자로 인정해준다. 다른 채권이 기초자산으로 포함돼 있는 ETF는 채권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혼합형 펀드는 어떤 종류의 ETF도 채권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펀드가 다른 펀드 순자산의 20%를 초과해 투자할 수 없는 규제도 규모가 작은 ETF에는 불리하다. 예를 들어 규모가 10억원짜리 ETF라면 다른 펀드가 이 ETF를 편입할 수 있는 한도는 2억원(10억원*20%)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이런 제약 때문에 기관자금의 큰 손격인 국민연금은 현재 ETF에 단 한 푼도 투자하지 않는다. 외국의 연기금이 적극적으로 ETF를 편입하고 있는 것과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이정환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ETF를 상장하기 위한 요건이 까다롭고 외부적으로도 ETF를 과연 어떤 상품으로 보는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며 “기관자금이 들어올만한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문제인식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ETF를 통해 증시에 충분한 자금이 유입되도록 다양한 상품을 도입하고 운용규제를 개선하겠다”며 이달 중으로 ETF 활성화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투기성 자금을 촉발시키는 방식의 ETF 규제 완화는 지양한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업계에서 요구하고 있는 인버스 레버리지(주가 하락폭의 2배로 수익을 내는 상품) ETF와 같은 상품 도입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ETF는 일반 투자자들이 자산관리 목적으로 들어오게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상품에 대한 해석이 모호하고 불합리한 규제가 있다면 완화하는건 맞지만 투기성 자금에 유리하도록 하는 건 바람직한 취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상장지수펀드(ETF)= 특정 주가지수 움직임을 따라가는 인덱스펀드를 거래소에 상장시켜 주식처럼 거래하도록 한 펀드. 인덱스펀드와 주식 성격을 동시에 갖춘 상품으로 일반 펀드보다 수수료가 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