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F 2010 "자본주의는 진화한다…변동성 자체가 새 질서"

by이진우 기자
2010.06.09 19:15:22

이틀간 ''세계전략포럼''서 연사들 주창
파워시프트 "아시아 주목하라"
"북, 6자회담 복귀할 것" 조심스런 낙관론도

[이데일리 이진우 기자] 자본주의는 변화하겠지만 지속될 것이다.
지속되지만 계속 흔들릴 것이다.
변동성 자체가 새로운 질서이자 흐름이다.
그리고 아시아를 주목하라

이데일리가 지난 8일과 9일 이틀간 개최한 `세계전략포럼(WSF) 2010`. 여기에 참가한 석학들이 쏟아낸 목소리를 요약하면 이렇다.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야 하겠지만 새로운 기회도 더 자주 찾아올 것이라는 양면적인 암시를 담고 있다.

새로운 자본주의의 개념은 이튿날 강연에 나선 파울 놀테(Paul Nolte) 베를린자유대학 문화역사학부 교수가 제시했다. 그는 자본주의는 카멜레온 같다고 언급하며 `성장 위주의 자본주의`에서 `질적인 자본주의`로의 전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질적인 자본주의는 지속 가능한 자본주의다. 국가부채와 환경오염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른 지금, 그가 언급한 새로운 자본주의가 우리 곁에 이미 와 있음을 느낀다.


줄리안 버킨쇼 런던비즈니스 스쿨 교수는 `변동성이 새로운 형태의 일상(Turbulence is normal)`라며 시장의 흔들림과 경기의 부침이 새로운 변화의 신호라기보다는 변화한 자본주의가 만든 새로운 질서라고 강조했다. 세계 경제가 진폭이 큰 롤러코스트로 갈아탄만큼 경기의 변동을 바라보는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는 조언이다.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고령화되는 인구구조, 그리고 끝없이 늘어나는 부채와 맞닥뜨리게 된다. 화폐 가치에 대한 끝없는 불안이 인플레를 낳고 경기변동의 진폭을 키운다. 인플레는 집값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주거비용의 증가는 맞벌이로, 저출산으로 이어진다.



둘째 날 강연에 나선, `닥터 둠(Doom)`으로 불리는 마크 파버 회장은 화폐의 가치는 원래 그 종이조각이 갖고 있던 가치인 O으로 수렴할 것이며 0을 향해 달려가는 속도는 매년 조금씩 더 빨라질 것이라고 독설에 가까운 예언을 내뱉었다. 금의 가치가 올라가서 금값이 오르는 게 아니라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그의 설명에 많은 석학들은 별다른 이견을 내놓지 않았다.

중국에서 잉태되는 변화의 조짐을 주목하라는 조언도 무게감 있게 제시됐다. 더이상 공짜 노동력을 제공하기 어려워진 중국, 그러나 중국보다 더 싼 노동력을 갖춘 공장을 찾기 어렵다는 현실은 중국이 `만드는 나라`에서 `소비하는 나라`로 바뀌는 그 날까지 세계 경기의 난기류가 계속 될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 한다. 역시 둘째 날 연사로 나선 엔디 시에 전 모간스탠리 이코노미스트가 던져준 화두다.

이런 세계 경제의 흐름속에 던져진, 한 척의 조각배 같은 한국이라는 나라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이 문제에 대한 답은 둘째날 연사로 나선 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의 몫이었다. 그는 복수국적을 인정하는 법이 통과된 것이 한국으로 전세계의 새로운 휴먼캐피탈 유입되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교육개혁으로 사교육비를 줄이면 저출산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남유럽 재정위기와 천안함 사태로 뒤숭숭한 국내외 정세를 명확하게 진단하고 해결책까지 제시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의 식견이었다. 그는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이 진정한 이슈"라면서 "북한을 결국 6자회담으로 복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라는 표현보다는 일흔이 넘은 나이라야만 가질 수 있는 통찰력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했다.

정운찬 국무총리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어윤대 국가브랜드관리위원회 위원장, 임태희 노동부 장관,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 등 각계의 중요 인사들도 뜨거운 관심속에 자리를 함께 했다.

이데일리가 창간 10주년을 맞아 기획한 세계전략포럼이 열린 장소는 서울 신라호텔 대회의실 500석 남짓한 자리였으나 첫째날은 900여명, 둘쨋날 600여명의 청중이 몰렸다. 
 
이 행사에 미래의 주인공인 대학생들을 다수 초청했고, 그들에게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주제를 선택해 무대를 열었지만 쉬는 시간에도 강연자를 쫓아가 그들의 언어로 묻고 답변을 듣는 젊은 이들의 모습에서 행사의 보람을 찾을 수 있었다.
 
그 젊은이들과 석학들을 한자리에 모아주기 위해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행사를 후원, 미래 나라를 이끌 젊은 인재 양성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