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청 이전 비용 '4200억원 대 600억원'…"현명한 선택은?"
by정재훈 기자
2023.08.18 20:19:53
글로벌경기침체 등으로 신축 예산 30% 이상↑
출처불분명한 백석동 이전 반대 홍보자료 난립
감정평가 안했는데 건물가격에 임대수익까지?
백석 이전으로 절감한 기금 원당발전에 투입
[고양=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40년 동안 한 집에서 살고 있는 식구가 있다.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식구들이 많이 늘어나 함께 써야 할 공간이 부족해졌다.
건물도 낡아 여기저기 물이 새고 벽에 금이 가면서 위험하기도 하다.
식구들은 이사를 결정하고 새로 입주할 집의 넓이를 정했으며 신축이어야 한다는 조건도 걸었다.
하지만 이 가족은 가진 돈이 넉넉하지 않다.
이런 상황 속에서 조건에 맞는 이사 갈 집 두곳을 찾았다.
한곳은 4200억 원을 들여 건물을 새로 지어야 하는 곳이다. 공사기간만 최소 3년이상 걸린다.
또 다른 한곳은 몇달 전 소유권이 이 식구들에게 넘어온 건물로 당연히 신축이고 새 건물인 만큼 내부 인테리어 공사와 이사비용 등으로 최대 600억 원만 있으면 된다.
이 식구들은 어디로 이사를 가야할까?
| 고양시청사 이전을 추진중인 백석동 업무용빌딩 전경.(사진=고양특례시) |
|
한집에서 오래 거주한 식구들을 예로들어 표현한 이 상황.
경기북부에서 유일한 특례시인 고양시가 지은지 40년 된 현 시청사를 떠나 새 청사로 이전을 추진하면서 진행중인 상황이다.
이동환 경기 고양특례시장은 올해 초 신년기자회견 자리에서 시청사 건립 계획을 취소하고 기부체납 받은 백석동 업무용 빌딩으로 시청사를 이전하겠다는 새로운 계획을 발표했다.
18일 경기 고양특례시에 따르면 백석동 업무용 빌딩은 요진와이시티를 개발·분양해 큰 이익을 거둔 요진개발이 개발이익의 대가로 고양시에 기부채납한 건물이다.
소유권이 고양시에 있는 만큼 건물 매입비는 없어도 된다.
고양시는 백석동 업무빌딩으로 시청사를 이전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으로 495억 원을 책정했다. 그러나 시는 최대 600억 원까지 늘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예산은 건물 리모델링 비용과 내부 인테리어, 각종 집기 구입, 이사비용 등이 모두 포함된 금액이다.
시 관계자는 “시청사의 백석동 업무용 빌딩 이전을 위한 타당성 조사에서는 495억 원을 책정했지만 여러 조건이 더해지면서 최대 600억 원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며 “이 금액이 시청 백석동 이전을 위해 투입해야 할 총 금액이고 이것 외에 추가로 들여야 할 돈은 없다”고 밝혔다.
반면 민선 7기였던 지난 2020년 5월 확정한 주교동 일대 시청사 신축을 위해서는 건축비만 4200억 원이 들 것으로 시는 추산하고 있다.
새 시청사 건립을 위해 당시 추산한 건립비용은 약 2950억 원 이었지만 그 사이 글로벌 여건이 크게 변한 것이 원인이 됐다.
14세기 중세 유럽 인구 30%의 목숨을 앗아간 흑사병 사태 이후 최대 전염병 펜데믹으로 전 인류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코로나19가 2020년 발생했고 2022년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함께 글로벌 경기침체 등이 겹치면서 원자재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다.
이같은 상황을 놓고 고양시가 시청사 이전을 위해 4000억 원을 넘게 들여 새로 건물을 지을 것인지, 아니면 최대 600억 원의 비용이 투입되는 이미 다 지어진 새 건물로 이전을 할 것인지를 결정한 부분이다.
올해 초 이동환 시장이 시청사 건립 계획을 백지화하고 백석동 업무빌딩 이전 계획을 발표한 직후부터 덕양구 주민들의 반발이 시작됐다.
시는 올해 2월 덕양구청에서 시청사 이전 계획과 덕양구 일대 발전방안에 대해 시민들과 소통하기 위한 설명회를 계획했지만 주민들의 반발로 열리지도 못하고 무산됐다.
당연히 그 여파는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시청사의 백석동 이전 계획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원안대로 시청사를 새로 건립하는 것이 백석동으로 이전하는 것 보다 경제적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점을 여러가지 수치를 생성해 알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홍보자료의 출처가 불분명한 경우가 대다수다.
한 자료에는 백석동으로 시청사 이전 시 ‘리모델링 비용 1000억 이상’, ‘1000억 원대 학교부지가 시청 주차장으로?’라는 문구가 있다.
그러나 시가 리모델링 비용으로 책정한 예산은 495억 원(최대 600억 원)이며 시청 주차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학교부지(학교용지)는 이미 소유권이 고양시에 있는 것으로 확인돼 시청의 백석동 이전에 필요한 추가 예산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또 다른 자료에는 ‘고양시 현청사 4,245평(1만4008㎡), 백석 업무빌딩 1,953평(6,444㎡), 신청사 22,150평(7만3095㎡)’라고 써 있다.
이 수치대로라면 시가 이전을 추진하는 백석동 업무빌딩의 규모가 당초 신축을 계획했던 시청사의 8.8%, 현재 시청사의 46%에 그친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고양시가 밝힌 백석동 업무빌딩의 주차장 등 모든 공간의 연면적은 6만6190㎡로 신축을 계획했던 시청사의 연면적 7만5445㎡의 87% 규모다.
그런데 실제 사무 및 시민편의를 위해 쓸 수 있는 공간은 백석동 업무빌딩이 더 넓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무공간 만을 놓고 보면 신축 시청사가 4만1637㎡ 이지만 백석동 업무빌딩은 4만4403㎡다.
신축을 계획했던 시청사보다 현재 백석동 업무빌딩의 사무공간이 약 7%가 넓다.
또 다른 자료는 고양시청사 원안건립과 백석동 업무빌딩 이전을 비교, 5년 후 고양시의 자산가치를 평가했는데 백석동 업무빌딩 이전 시 613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원안 건립할 경우 2850억 원 증가한다고 썼다.
또 이 자료에는 이같은 수치가 나오기 위한 핵심적 요소인 백석동 업무빌딩의 가치를 2100억 원으로 정했지만 해당 건물에 대한 감정평가는 준공 이후 단 한번도 한 적이 없다.
또 백석동 이전 계획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주차장으로 활용 가능한 학교용지 역시 1000억 원으로 책정해 계상했다.
더욱이 백석동 업무빌딩의 5년 간 임대수익을 500억 원으로 책정하기까지 했다.
시 관계자는 “시는 백석동 업무빌딩에 대한 감정평가를 한 적은 없는 만큼 얼마인지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없으며 임대수익을 산정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런 자료 대다수는 수치 산출을 위해 대입한 수식은 물론 각종 기준 금액 산정에 필요한 절차 등은 병기되지 않았다. 또한 누가 만들었는지도 쓰여있지 않다.
40년 동안 덕양구(원당)에 있었던 시청인데, 이곳에 새로 짓기로 했던 계획을 백지화하고 일산신도시가 있는 일산동구로 이전한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이 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시청의 백석동 이전 계획이 경제적으로 손실이 크다는 출처가 불분명한 자료들 역시 이런 반발에 기인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겠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고양시는 주민들의 이같은 반발을 두고 갑자기 닥칠 것으로 예상되는 공동화 현상에 대한 불안감 때문일 것으로 보고 있다.
시는 덕양구 일대 주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공동화 현상을 막기 위해 현재까지 적립된 시청사 건립 기금을 원당 일대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정형 고양시 2부시장은 18일 오전 시청사 이전을 계획하고 있는 백석동 업무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적립한 신청사 건립기금 2200억원은 특별회계로 편성해 원당 재창조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며 “구도심인 현 청사 주변지역을 도심복합개발 가능 구역으로 탈바꿈 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원당역과 고양은평선 신설예정역 역세권을 중심으로 △원당역세권 창조혁신캠퍼스(CIC) △향후 설치될 고양은평선 신설역세권(주교공영주차장 일원) 창조R&D캠퍼스 △원당동 현 시청사 및 주변 복합개발 △원당 재정비 촉진지구 재개발 조기 추진 등 창업과 혁신의 일자리 거점지구를 조성한다.
이를 위해 시는 지난 4월 이정형 2부시장을 단장으로 한 ‘원당재창조 프로젝트’의 실무추진단을 구성했다.
실무추진단은 프로젝트가 완료될때 까지 운영해 원당지역에 대한 역세권 복합개발을 실현하는 임무를 전담한다.
이 부시장은 “신청사 건립을 계획했던 개발제한구역 해제 부지는 백석동 이전 계획에 따라 다시 환원하고 주교동 공영주차장 일원을 20만㎡ 이상으로 사업면적을 확대해 개발제한구역 해제와 함께 창업·일자리 거점지구로 공영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