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러시아에 가스 대금 일단 유로화로 지불…갈등 남아

by장영은 기자
2022.03.31 14:50:43

러, 4월1일부터 가스공급 대금 루블화로 결제 방침
'제재 제외' 가스프롬방크 통한 유로화 결제는 가능
G7 "계약서에 명시한대로 유로·달러로 결제할 것"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독일 정부가 러시아산 가스 수입 대금을 기존대로 유로화로 결제할 것이라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자국 통화인 루블화로 결제할 것을 요구했던 러시아는 타협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사진= AFP)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 등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올라프 숄츠 총리에게 유럽이 러시아 가스대금을 루블화가 아닌 유로화로 계속 결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통화에서 다음달 1일 이후 가스공급 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해야 한다는 법령을 공표할 것이라면서도, 유럽연합(EU)의 제재를 받지 않는 가스프롬방크(Gazprombank)에 가스 대금을 지불하는 한 유료화 지불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러시아측이 새로 정한 방침에 따라 원칙적으로는 가스 대금을 루블화로 지불해야 하지만, 가스프롬방크를 통해 송금할 경우 유로화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가스프롬방크가 서방의 금융 제재 대상에 오르지 않은 것은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 국가들을 배려한 조치였다고 뉴욕타임스(NYT)는 평가했다. 유럽이 수입하는 전체 가스의 40% 이상이 러시아산이다. 경제연구소 브루겔에 따르면 유럽이 물가 상승으로 인해 러시아에 지불하는 에너지 비용은 2022년 상반기에 하루 평균 8억 5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은 이전에도 가스프롬방크를 통해 러시아산 가스 대금을 지불해 왔고, 이번에도 바뀔 것은 없다는 방침이다. 가스프롬방크는 유로화로 받은 대금을 루블화로 환전할 예정이다.

다만, 숄츠 총리는 이날 통화에서 이같은 절차에 동의하지 않았고, 절차를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문서로 된 정보를 요청했다고 독일 정부 대변인은 설명했다. 가스프롬방크를 통해 유로화를 루블화로 환전해 러시아 기업에 지불하는 방법이 제재의 우회로가 될 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7개국(G7)은 지난 28일 러시아의 루블화 결제 요구가 기존 계약의 일방적이고 명백한 위반이며, 일방적인 계약 변경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부 장관은 이날 독일의 가스 저장 시설에 잔량이 25%에 불과하다며 가스 공급과 관련 ‘조기 경보’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가스 대금을 루블화로만 받기로 한 법안을 통과시키자 가스 부족 사태를 대비한 예방적 조치를 내린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중단되면 유럽 가스 저장 시설의 저장 수준은 오는 10월 1일 기준 23%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가스 공급 중단에 대비해 독일은 가정 난방용을 우선 공급하고, 산업용은 후순위 공급하는 방침을 정해뒀다.

한편, 독일·프랑스·벨기에·이탈리아 등은 카타르와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계약과 관련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유럽 국가들이 2030년까지 러시아 에너지 수입을 0으로 줄이기 위한 계획의 일환이다. 카타르는 중동 국가 중 유일하게 2026년까지 가스 생산량을 약 40% 늘리기 위해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