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거부한 신한銀…키코 배상 물건너 갔다(종합)

by김유성 기자
2020.06.05 15:38:01

신한은행 이사회 답변 시한 앞두고 '장고 끝에' 불수용 결정
금감원 "아쉽다" 반응, 키코 공대위 "길고 지루한 싸움 될 것"
라임자산운용 CI무역금융펀드 가입 고객에는 50% 금액 선지급

[이데일리 김유성 이승현 기자] 신한은행은 5일 이사회를 열고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권고한 4개 기업에 대한 키코 배상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키코 배상안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이에 따라 키코 배상안 수용 여부를 밝히지 않은 하나은행과 대구은행도 키코 배상안 거부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복수 법무법인의 의견을 참고했다”면서 “수락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이사회를 통해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키코와 관련해 법원 판결을 받지 않은 나머지 기업 중 금융감독원이 자율 조정 합의를 권고한 추가 기업에 대해서는 은행 협의체와 함께 사실 관계를 검토하고 적정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환율이 급등하면서 신한·우리은행 등에서 판매한 키코 상품에 가입한 기업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 이들 은행들은 사기 혐의로 고발됐지만 2013년 최종 무혐의 처리됐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신한은행 등 6개 은행에 키코 투자로 손실을 본 4개 기업의 손실금액 중 15~41%를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신한은행이 15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우리은행(42억원), 산업은행(28억원), 하나은행(18억원), 대구은행(11억원), 한국씨티은행(6억원) 순이다.

이중 산업은행과 씨티은행은 권고안 수용을 거부했다. 우리은행은 금감원 권고안대로 수용키로 했다. 하나은행과 대구은행은 배상안 수락 여부를 놓고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신한은행도 지난 6개월간 금감원의 키코 배상 권고안을 놓고 검토해왔다. 이사회는 수락 여부를 통보하는 기간을 5번이나 연장했다. 결국 회신 기한(이달 8일)이 다 되어서야 ‘배상안 거부’로 결론을 내리게 됐다.

가장 많은 배상액이 배정된 신한은행이 키코 배상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다른 은행이 배상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아쉽다는 반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사기와 불공정 행위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불완전판매는 인정했다”며 “당시 소송을 내지 않았지만 불완전판매 피해를 본 기업에 대해선 고객보호 차원에서 미완의 숙제를 했으면 좋겠다고 봤다”고 말했다.



키코 피해기업들로 이뤄진 키코 공대위는 입장문에서 “키코 피해기업들은 신한은행의 부당한 행위에 침묵하지 않고 더 길고 지루한 싸움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신한은행 이사회는 라임자산운용의 CI무역금융펀드에 가입한 고객을 대상으로 가입 금액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선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라임자산운용의 부실 자산 편입으로 발생한 투자상품 손실에 대해 판매사가 자산회수 전에 먼저 투자금의 일부를 지급하는 방안에 대해 대내외에서 많은 이견이 있었지만 선제적인 고객보호를 위해 경영진과 사외이사들이 적극적으로 뜻을 모아 결정했다.

이번 선지급 안은 라임자산운용 CI무역금융펀드 가입금액의 50%를 선지급하고 향후 펀드 자산회수와 금감원의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에 따른 보상비율로 사후 정산하는 방식이다. 또한 선지급 안을 수용한 고객도 금융감독원 분쟁조정과 소송 등은 그대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세부 사항을 최종 확정해 조만간 일선 영업점 직원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향후 고객과의 소통에도 나설 예정이다.

KIKO(Knock In Knock Out, 키코)은 환율 변동으로 인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파생상품이다.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차손을 헷지(위험회피)하기 위해 가입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원·달러 환율이 900원에서 1500원으로 급등하자 키코에 가입했던 대부분의 기업들이 손실을 봤다. 2008년말 기준 중소기업들의 키코 손실 추정 금액만 2조3000억원을 넘었다.

기업만 손해를 보는 구조에 일부 기업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키코 약관에 대한 심사를 청구했다. 2008년 7월 약관법상 문제가 없다고 공정위는 결정했다. 결국 법정으로까지 이어졌고 2013년 대법원에서 최종 ‘불공정 계약으로 볼 수 없다’라는 판단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