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전 소액주주 표심 잡아라…한진 경영권 분쟁 여론전 격화

by송승현 기자
2020.03.13 15:21:56

주주연합, 2주일간 하루 빼고 보도자료 내
리베이트 의혹 이후 격화된 여론전…임직원도 참전
국민연금·소액주주 등 표심 잡기 위한 것으로 풀이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오는 27일 열리는 한진칼(180640)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003490) 부사장·사모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반도건설로 구성된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의 여론전이 뜨겁다.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주주연합은 최근 2주일간 지난 10일을 제외하고 매일 같이 조 회장 진영을 향해 공격성 보도자료를 냈다.

주주연합의 목소리가 잦아지기 시작한 것은 조 회장의 우군으로 분류된 델타항공이 한진칼의 지분을 매입하면서부터다. 델타항공은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9일까지 한진칼 지분을 기존 10%에서 14.9%까지 연달아 매입한 바 있다.

당시 주주연합은 델타항공 지분 매입에 대해 “델타항공이 스스로의 이익과 평판을 지키는 것은 물론, 한진그룹의 앞날을 위해 현명한 판단을 하리라 믿는다”며 향후 의결권 행사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이후 채이배 민생당 의원이 ‘대한항공 에어버스 리베이트 수수 의혹 사건’을 제기하면서 여론전 양상은 더욱 격화했다. 채 의원과 외신보도에 따르면 에어버스는 대한항공에 항공기 도입을 대가로 항공기 비용 일부를 리베이트로 제공한 의혹을 받고 있다.

주주연합은 의혹에 대해 “리베이트 수수가 직접 이뤄질 당시 조 회장은 여객사업본부장 겸 경영전략본부 부본부장 등을 역임하는 등 리베이트 관련 업무 전반에 개입할 수 있는 지위였다”며 조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조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은 리베이트 의혹과 어떤 관련도 없음을 재차 강조한다”며 “과거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최근 프랑스 에어버스 등에 확인을 요청했으며, 이와 별도로 내부 감사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양측은 이외에도 전날 대한항공 자사보험과 사우회를 두고 공방을 주고받기도 했다.

강성부 KCGI 대표(오른쪽)와 3자 연합이 내세운 사내이사 후보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이 지난 2월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두 진영의 싸움이 격화하자 대한항공 임직원들까지 가세했다. 대한항공 노동조합은 전날 리베이트 의혹을 제기한 채 의원을 향해 “대한항공을 포함한 한진그룹사에 작금의 위기는 자신의 존재감을 돋보이려는 정치인이 한두 마디 훈수를 던져도 문제없는 한가한 장소가 아니다”며 “우리의 삶터에 관여하지 말라”고 경고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아울러 한진그룹 임직원을 중심으로 ‘한진그룹 지키기’ 운동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3일 한진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모임’ 제목으로 개설된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은 이날 기준 110여명이 넘는 참석자들이 주주연합으로부터 회사를 지켜낼 수 있는 아이디어와 정보를 활발히 공유하고 있는 상태다.

양측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여론전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뚜렷한 진영 구분이 없는 의결권을 최대한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주주명부 폐쇄 기준 의결권이 있는 지분은 주주연합이 31.98%로 33.45%인 조 회장 측과 비교해 열세에 놓여있다. 주주연합이 여론전을 계속해서 벌이고 있는 것도 열세를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3월 고(故)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불발에 당시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과 외국인 투자자 등 소액주주들의 역할이 컸던 만큼 주주연합도 이들의 표심을 잡으려고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주주연합이 최근 잇단 자료를 내는 것은 여론전을 적극적으로 펼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양측도 주총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이후에도 총력전을 펼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