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경계영 기자
2016.04.04 15:56:19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인 노재헌 씨가 조세도피처인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운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의 딸인 신정화 씨와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재산 공개해야 할 시점과 맞물려 노씨가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재산을 숨기려 했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뉴스타파가 중미 파나마의 최대 로펌이자 ‘역외비밀 도매상’으로 악명 높은 ‘모색 폰세카’의 1977~2015년 기록을 담은 내부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Korea)’으로 검색되는 파일은 1만5000여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한국 주소지를 기재한 한국인 이름은 195명이었다.
뉴스타파 측은 이 가운데 한명으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인 노재헌씨가 포함돼있다고 밝혔다. 노씨는 2012년 5월 홍콩 중개사무소와 모색 폰세카 홍콩지점을 각각 거쳐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원아시아인터내셔널(One Asia International) △지씨아이 아시아(GCI Asia) △럭스인터내셔널(Luxes International) 등 회사 세곳을 설립했다. 이들 모두 1달러짜리 주식 1주만을 발행한 페이퍼 컴퍼니로 이 가운데 럭스인터내셔널의 주주는 GCI아시아와 노씨 둘뿐이었다.
노씨의 페이퍼 컴퍼니 설립은 재산을 은닉하려는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게 뉴스타파 측의 주장이다. 자본금 1달러짜리 법인 명의로 계좌를 만든 것 자체가 조세당국의 감시를 피하려는 목적이 크고 시기상 그럴 유인이 높았다는 것이다. 2011년 말 노씨의 전 부인인 신정화씨는 홍콩 법원에 이혼 소송과 재산 분할 청구를 제기했고 홍콩 법원은 노씨 재산을 공개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뉴스타파 측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 비자금 일부를 아들인 노재헌씨에게 숨기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다”며 “노씨가 페이퍼 컴퍼니 이사직을 사퇴한 시점은 2013년 5월24일로 조세피난처 관련 보도가 나온 지 사흘 만이라 페이퍼 컴퍼니의 목적이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은닉과 연관돼있을 개연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다만 노재헌 씨가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다는 사실까지는 확인했지만 얼마를 빼돌렸는지 여부는 알 수 없었다고 뉴스타파 측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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