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에 성공한 전차군단…체력은 아직 허약

by권소현 기자
2015.06.22 16:09:10

삼성전자·현대차 1%대 상승
6월 수출지표 개선 불구 ''의미부여 어렵다''
저가 매력 빼면 모멘텀 약해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그래도 한때 증시를 주름잡았던 전차군단인데…” “국가 경제와 궤를 같이하는 대표 기업인데…

직장생활을 하면서 간간이 주식투자를 해온 김 모 씨는 지난주 현대차가 장중 한때 13만원선 밑으로 떨어지자 급하게 저가 매수에 나섰다. 명색이 시가총액 2~3위를 다투는 기업이고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데 주가가 52주 신저가로 떨어졌으니 주식을 살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한 것이다. 현대차는 김씨의 기대에 부응하듯 22일 1%대 상승률을 보이면서 반등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김씨와 같이 ‘싼 맛’에 산 투자자가 몰리면서 반등했을 뿐, 본격 상승하기에는 전차군단 체력이 아직 약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지난 주말 대비 1.18% 상승했고 SK하이닉스(000660)와 현대차(005380)도 1% 안팎의 오름세를 보였다. 현대모비스(012330), 포스코(005490), 기아차(000270) 등 대형 수출주도 일제히 올랐다.

수출 전선에 짙게 드리웠던 먹구름이 살짝 걷히긴 했다. 지난달까지 수출은 5개월 연속 전년대비 감소세를 보였지만, 이달 들어 20일까지 잠정 집계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증가한 것. 이에 따라 6월 월간으로도 수출이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그러나 크게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상무는 “6월 조업일수가 전년대비 이틀 늘었는데도 수출은 1.2% 밖에 늘지 않았다”며 “기저효과 덕분에 하반기로 갈수록 수출이 조금씩 좋아질 수는 있겠지만 의미 있는 개선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미국 경기가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우리나라 최대 수출대상국인 중국 경기가 여전히 부진하고, 환율 흐름도 수출주에겐 여전히 부정적인 상황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 대비 8.3원 하락한 1098.8원으로 지난달 22일 이후 한 달 만에 다시 1100선을 하회했다.



이처럼 수출을 둘러싼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점에서 ‘전차군단’이 증시를 이끌거나 밀어주기보다는 끌어내리는 편에 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적 전망도 크게 나아지지 않는 모습이다.

증권정보제공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7조2996억원으로 한 달 전에 비해서는 2.99%, 두 달 전보다 6.25% 하향조정됐다. 현대차도 1조7342억원으로 두 달 전 1조9700억원이었던 것에 비해 12.05% 낮아졌고 한 달 전에 비해서는 9.65% 떨어졌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부문에서 개선세가 좀 더 확대되고 스마트폰 역시 갤럭시S6 판매가 견조해져야 실적 모멘텀이 강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현대차도 3분기 이후 신차 모멘텀이 생기기 전까지 공백기에는 주가 상승이 제한될 것이란 전망이 높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작년 현대차가 한전 부지를 낙찰받았을 때부터 현대차의 주가 방향은 정해졌다”며 “과거 전차로 대표됐던 주도업종이 앞으로도 계속 통할 것이라는 전망은 시대 흐름을 잘못 짚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동안 주가 하락으로 밸류에이션이 낮아진 만큼 저가 매력이 단기적으로 반발 매수세를 부를 가능성은 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관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그동안 상승폭이 컸던 내수주를 차익실현하고 낙폭이 컸던 수출주를 저점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형 수출주들이 싼 것은 맞지만 아직 데이터상 수출이 좋아진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